자작시 477

헉헉

헉헉 다릿심 바닥나 본 적 있는가 미지근한 적체. 항상 입력된 시그널로 불빛 춤춘다 꽉 찬 체화 땅이 흔들린다 나사가 풀린다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다리 풀리게 전부를 내어준 빈 허물 숭숭 바람이 분다 털어내고 헐어내고 비워내고 가벼워진다 마른 폭포 다시 쏟을 기다림 스므하루 하현달의 그리움 포멧 셑팅 돌의 허물 물의 허물 내 허물 같은 무게가 된다 태초가 된다 다리 풀리도록 올라본 적 빠져본 적 위해본 적 사랑한적 있는가

자작시 2013.08.28

걸음마(영역)

걸음마 - 민찬이 돌을 맞아 할애비가 쓴.. 박 영 대 초록별 하나가 자전을 시작해요 한 걸음 띄면 숲 속 나무 새들 합창하고 고사리 손뼉 치며 응원해요 물감으로 움 틔운 들풀, 물 위를 달려온 건반들이 봄 여름 가을 겨울 달력을 그렸어요 한 코 한 코 초록빛 끌어 올려 길을 내고 별 사이로 아침 뻗어와 뒤뚱뒤뚱 발꿈치를 따르고 옹달샘물 또르르 내려와 촘촘하게 눈금 새겨 새벽 트는 종소리 엮어 지은 꽃신 신고 미답의 새 길로 오고 있어요 오물오물 손가락 잡고 다듬고 발가락 꼬물꼬물 딛고 일어서 떠듬떠듬 모국어 흘리는 입술 은하수 휘저어 잡아보는 별빛 실타래 지금 돋아난 무지개 빛깔 한 가닥 새로 늘어납니다 사*랑*해*요* 민*찬*이*우*유*빛*깔* 민*찬*이*반*짝*반*짝* 민*찬*이 새로 글자 추려내어..

자작시 2013.07.25

두 나무

두 나무 나무가 나무에게 눈길을 준다 감미로운 접촉 더 날마다 한 발 한 발 다가가는 바스락 속내 보이기 위해 고개 넘어 고개를 든다 부끄러운 기대 잎은 열매를 추억하지 않는다 다가올 계절일랑 같이 잊자 시키는 대로 주저하지 않는 푸른 질풍 바람에 맞춘 몸놀림 해 지는 줄 모르고 젖는 나이의 성숙한 해제 가지와 몸통이 서로 만지고 보드랍게 잎 맞추고 세차게 떨어지는 낙차에 줄혼 맡긴다 숲 한 마당 짙어가는 놀음

자작시 2013.06.24

나이든 감나무

나이 든 감나무 봄마다 차이가 여실하다 두려운 관절통 풀도 아닌 묵은 살 틔워 입맛 연명하고 있다 해 갈수록 짧아보이는 마디마디 한발 늦은 뒷열에서 푸른 기척이 돈다 다음 계절까지는 끝까지 따라 붙어 약하게라도 웃을 거다 시작이 늦어버린 시간 부족 더디게 어느 계절까지 따라가야 하나 떠나고 보내는 눈물이야 늘 한때일 것 느지막이 찾아온 묵은 뼈마디의 시간은 누구에게나 주어진 마무리 공간 일년초들 넘쳐나는 느슨한 웃음 늘어지고 꽃에 홀리고 바람에 놀아날 때 그늘속에 함께 흐르는 강일 거다 뼈 마디 안에 물든 먹빛 풀어낼거다 더 짙게

자작시 2013.06.17

봄 낚시

봄 낚시 기러기 기역자로 날고 있는 봄바다에 낚싯대를 폈다 바늘에 잔설을 끼워 괴고 소식을 기다렸다 잠잠하다 풀린 바람끝으로 미끼를 바꿨더니 잔챙이들이 올망졸망 올라 온다 바람꽃 민들레 제비꽃 잔재미가 솔찬하다 남향볕이 수온을 올린다 이슬 방울에 안개를 이기고 흙냄새로 떡밥을 썼더니 꿈틀 묵직한 놈이 낚싯대를 훙청거렸다 이산 저산 요동치는데 몸 가누기가 어렵다 누렇게 등지느러미 세우고 펄떡펄떡 꼬리를 친다 어어, 안돼안돼! 몸이 끌려가 봄물에 풍덩 빠지다 어찌나 앙증맞는지 어디다가 숨겨 두었다가 산수유 흐드러지고.

자작시 2013.0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