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산방(단양) 156

버들강아지

버들강아지 버들개지 버들솜 유서柳絮 입춘날이다 선암계곡 한가운데 버들강아지가 맨 먼저 봄을 알아차린다 버들개지라고도 하고 갯버들의 꽃차례인데 유서柳絮 버들솜이라고 한다 눈속에서 움츠리고 있는 빙벽에는 눈이불속에서 꼼짝도 않는 얼음이 바위를 붙들고 놓아줄 생각이 없어 너무 춥다고 오들거리고 있는데 얼음 녹아내린 습기가 버들개지 뿌리를 간지렀나 보다 꿈틀거리는 버들개지에서 보송한 솜털을 살며시 돋아내고 있다 어디서도 봄기운 찾아 볼 수 없는데 버들개지 끝자락에 매달린 입춘 흔적을 본다 지인들이 보내온 입춘방 한지에 저 유서를 곱게 싸서 겨울꽃으로 피운다.

겨울 선암계곡

겨울 선암계곡 한 동안 가지 못해 궁금해서 아리산방에 가다 쌓인 눈이 그대로 얼음이 그대로 살풍경이다 구단양을 채운 남한강이 하얗게 얼어 있다 멀리 보이는 금수산 여인 얼굴이 겨울을 그대로 둘러입고 칙칙한 모습으로 누워 있다 하선암쪽으로 이어진 계곡의 얼음은 수위에 따라 금이 가고 부서져서 겨울 날씨가 가만 두지 않는다 선암계곡에서 가장 늦게까지 방벽을 보여주는 곳은 중방리 상수도 빙벽이다 아마도 4월까지는 얼음벽으로 남아 있는 것 같다 계곡에 물도 줄어 흐름을 멈추고 침잠에 빠진 풍경이다 겨울은 선암계곡의 흐름까지 찬 손으로 꼭 잡아 소리까지 얼리고 있다 그래도 냉천(옻물)은 땅속 기운을 받아 두 줄기로 펑펑 쏟아내고 있어 산방에 들기 전에 가장 먼저 하는 일과가 식수받는 일이다 선암계곡에서 한 겨울 ..

아리산방 붓놀이

아리산방 붓놀이 새해들어 연초라서 마음 다잡기로 벼루를 펴고 붓놀이를 한다 지난해 아리산방 대잠리마을이 충청북도 행복마을로 선정되어 온 동네 사람들과 함께 즐겼다 마을 노래 대잠리 찬가와 함께 ~ 선암계곡 마을 이야기를 풀어내면서 지낸 최고의 산과 최고의 물과 최고의 바위와 함께 할 수 있었던 사자성어 대잠리 찬가에는 이들 네 단어 중 두 개의 사자성어가 들어가 있다 아리산방 명소단조 활인산수 장무상망 **** 아리산방 : 단양의 작은 글방 명소단조 : 단양의 명약을 다리는 부엌이라는 뜻으로 하선암에 찍혀있는 인장 글씨 활인산수 : 여기의 산수는 사람을 살린다는 뜻으로 단양의 산수를 말한다 장무상망 : 세월이 지나도 오랫동안 잊지 말자. 추사가 제주 유배시에 우선 이상적에게 세한도를 그려주면서 찍은 낙관..

행복마을 대잠리 대동회 마을축제

행복마을 대잠리 대동회 마을축제 도시에서는 잘 쓰지 않는 대동회란 이름으로 마을 축제가 있었다 민족문화백과사전에는 촌락사회의 운영을 논의하기 위한 회합을 이른다고 되어 있다 도회에서는 친목 지역 학연 취미 등을 매개로 각종 모임이 이루어지고 있는 반면 시골에서 사시는 분들은 같은 마을에 거주하는 전체 주민들이 마을 운영을 위하여 논의한다 퍽 다정하고 인정스러운 모임이다 도시에서는 주민 총회가 낯설지만 시골에서는 흔히 쓰는 말로 자연스럽다 단양 단성면 대잠리는 올해 많은 변화가 있었다 수백년 아니 수천년 누대로 살아왔던 산골 마을에 올 한해처럼 변화와 혁신이 있던 해는 없었을 것 같다 가장 큰 변화는 '행복마을 대잠리'가 되었다는 것이다 충북도에서 중점사업으로 실시하고 있는 행복마을에 선정되어 마을 지원금..

냉천, 우리 동네 약수터

냉천 약수(옻물) 아리산방이 위치한 대잠리 마을에 자랑거리가 있다 냉천, 예로부터 전해오는 약수터다 인근에서 주민들이 약수를 뜨러 오는 가장 핫한 건강 명소다 동네 들어 올 때 냉천에서 물 한 바가지 떠서 쭉 들이키면 가슴이 확 펴지고 상쾌하다 나이드신 원주민에 의하면 이 우물을 예전에는 옻물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어릴 적 옻나무에 접촉했다가 옻이 오르면 어른들이 옻물에 가서 물을 바르라고 했다 가렵고 열이 나면 이 약수터에 와서 물을 바르면 고실고실 열이 가시고 피부가 말끔해지는 그야말로 약물이었다 이 냉천은 여름이면 시원하고 겨울이면 따뜻한 이 약수터를 계속 이용해 온 동네 보물이다 땅속 바위틈에서 솟아나는 이 약수는 아무리 가물어도 그치는 법이 없이 쏟아내고 있다 지금은 약수가 솟아나는 원천은 땅속에..

충북 행복마을 경연대회 대잠리 결과

충북 행복마을 경연대회 단양 대잠리 결과 2023. 10. 11 충청북도가 시행하는 충북 행복마을 경연대회가 충북대학교 개신문화관에서 열렸다 금년에는 충북 도내 18개 마을이 행복마을로 지정되어 그 동안 각자 나름대로 행복마을 아이템을 선정하고 환경 개선, 주민 복지, 건강 증진, 문화 확충 등 사업 주제를 선정하여 열심히 가꾸고 연습한 실력을 이날 발표하는 자리였다 각 마을의 특별하고 기발한 아이템으로 즐겁고 행복한 모습을 보여 주어 보는 이로 하여금 웃음을 자아냈다 우리네 농촌 현실을 바로 볼 수 있는 자리였다 여건상 고령의 연로하신 주민이 대부분인 마을 현황 설명에서 온 마을 주민 중 똑바로 서서 걸을 수 있는 주민이 한 분도 안 계신다고 설명하는 이장님의 한숨어린 발표가 마음을 무겁게 한다 뿐만 ..

단양 대잠리 행복마을 가꾸기

대잠리 행복마을 가꾸기 대잠리 찬가 얼마 전부터 대잠리 마을 이장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우리 마을 대잠리가 충북도에서 실시하는 행복마을 대상으로 선정되었다는 것이다 실천과제를 선정하여 평가를 통해 입선하면 마을 숙원사업을 지원하고 여러가지 혜택을 주는데 단양에서 3개 마을 충북에서 20개 마을이 경합하여 경쟁을 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 마을에서 할 수 있는 사업으로 환경 개선과 주민 화합을 위한 사업을 구체화하여 실시한다는 연락이었다 그 중에 우리 마을 노래를 만들어 부르면 주민 화합과 마을 자긍심에 좋은 아이템이 될 거라고 한다 그래서 대잠리 찬가가 탄생하게 된다 노랫말은 그 동안 내가 살면서 느끼고 체험하면서 전해오는 대잠리 역사와 전통을 담아 가사를 만들었다 곡은 앙상블 작곡가 장복례 선생께 부탁하였다..

비 온 뒤 새벽

비 온 뒤 새벽 전에 살던 동네를 찾아오듯 시원스런 걸음으로 비가 쏟아진다 오다가 그치고 그치다가 다시 오고 뒤척이는 밤처럼 비가 온 밤을 적신다 기상예보는 올 여름 장마가 예년과 달리 역대의 폭우가 될 것이라고 야단이다 하지만 시골에 내리는 비는 뉴스에서 듣는 폭력적 홍수나 아파트 창으로 내리는 비와는 느낌이 전연 다르다 비를 받은 지붕에서 골을 따라 내려오는 낙숫물 소리도 반갑다고 방긋 시원한 얼굴이다 넓은 감잎을 두둘기는 빗소리가 8분음 빠른 손놀림으로 타악기를 두들긴다 어둠과 오손도손 밤새 내린 비가 그치고난 후 상큼한 아침에 집 주변을 둘러 본다 아직 어스름 가시지 않은 새벽이니 덧옷 하나 더 걸치고 마당을 나서 촉촉한 모습을 찾아 나선다 하나하나 새롭고 싱그런 얼굴들이다 꽃, 돌, 감나무,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