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460

설 만두

설 만두 / 박영대 섣달그믐 핏줄 한데 모인 눈사발에 샘물 떠온 종재기들 새해를 씻는다 내나 할 일 찾아나선 간간한 핏줄 젖가락 끝에 집히는 혈육동화작용 손주 까탈까지 보듬는 할머니 품안 학교 앞에서 칭얼대는 초등 숙제장 만두피에 집어넣고 다짐을 빚는다 일년동안 서성거린 입가심 세월만큼 차이나는 눈높이 밝아오는 새벽녘 동편 창에서 붉어가는 석양빛 서쪽 창으로 길게 늘어뜨린 온기를 퍼 나른다 찜솥에서 한 살 더 익어가는 설가심 한번 더 간 손길로 전해주고 싶은 맘이 허기에서 핀 한 단 장미꽃다발로

자작시 2024.02.09

문학인 신문 게제 작품 삶의 무게/박영대

문학인 신문 게제 삶의 무게 / 박영대 https://naver.me/xY9V81aY [독자 시한마당] 박영대/ 삶의 무게 - 문학인신문삶의 무게/ 박영대불빛 보고 날아든 나비 한 마리오는 길은 알아도 가는 길은 몰랐을까유리창에 갇혀 말라 있다화려했던 날개를 잡고 주검을 치운다아, 엄지와 검지 사이의 무게만들어낼 수도www.munhakin.kr 바로가기URL다른 공유 찾기기사스크랩하기가가 삶의 무게/ 박영대 불빛 보고 날아든 나비 한 마리 오는 길은 알아도 가는 길은 몰랐을까 유리창에 갇혀 말라 있다 화려했던 날개를 잡고 주검을 치운다 아, 엄지와 검지 사이의 무게 만들어낼 수도 그려낼 수도 인터넷에서 검색할 수도 없는 생명의 무게를 손가락이 느낀다 생명에 크고 작음이 있을까 차라리 가벼움이었으면

자작시 2024.01.24

루이의 돌날에

루이의 돌날에 박영대 루이 돌날 아침에 지구본 돌려가면서 프랑스 브라질 일본 한국을 찾아 금 이어본다 지구 한 바퀴 4만 km 태어나면서 지구공을 다 품었구나 동서남북 남녀노소 상하좌우 인의예지 세상이치는 넉자원리로 되어 있다는데 아버지 할아버지 친고국 외갓집고국 사방 꼭지점을 돌며 몸에 밴 넉자원리를 혈연으로 흙으로 몸으로 사랑으로 알게될 루이 세상 너의 성장을 흙에 심는다 너의 미래를 하늘에 날린다 그렇게 손잡고 세계 한 바퀴 돌아본다 **** 2023년 11월 10일 (돌행사 11월 4일) 루이의 돌맞이를 축하하면서 아빠 에드가 마에다 💕 엄마 문은정

자작시 2023.11.03

작년 이맘때도

작년 이맘때도 박 영 대 할 말 가슴에 넣고 익힌 하늘재에서 바람 머뭇거리는 어덕진 황소나무가 그 길로 못 오른 꼭데기 솔잎으로 그려넣고 사철 지나고 난 흔적들 그리다 그만 둔 비우지 못한 작심을 들이밀고 목이 쉰 작년에 그 대목이다 파장은 그때 눈물진 다래손 그물망 별 사이로 오솔길 한 궤적 그어 놓고 아직 말도 못 꺼낸 다짐이야기 그 맘때라고 큰 맘 먹고 말해볼래도 맘만 바쁜 고삐 감아잡고 보채는 내내 달려온 골바람 체증 한 다발 이 때만 되면 도지는 할 말 없음

자작시 2023.10.20

파편

파편 / 박영대 천년을 갈고 문지르면 눈물을 갈아낼까 무엇을 말하려다 눈감고 말았을까 누구를 그리 치성으로 견디고 있을까 알 수 없는 의문이 날개로 퍼득이는 화강암 파편 튀르키예 둔덕에서 승리의 다짐을 만난다 단번에 드러나는 인연의 손 그 끝에 눈물이 들려 있다 아무도 흘릴 수 없는 눈물을 아무데서나 새겼을까 깨지다만 천년 부스러기들이 스스로인 양 폐허로 서 있다 누구의 천년은 알 수 없어도 갈린 눈물의 속내는 알 수 없어도 바로 엊그제 엊그제로 살아난 천년이 조각조각 부서져 생생하게 보듬고 있는 마모된 눈물의 시간차

자작시 2023.10.03

날개를 펴고

날개를 펴고 박 영 대 어느 만큼 멀리 어느 방향으로 얼마나 가느냐 어떻게 사느냐 늘 궁금했던 흙에서 싹 튼 좁쌀 크기만한 의문부호가 계속 묻고 있다 처음 뿌려진 땅에서 줄기에 묶인 눈시울들 낯선 언어를 부리로 쪼는 새로운 맛깔의 향신료들 움츠린 옷차림 늘어진 신발 말아올린 중력 빈 속 달팽이관이 어지럽다 혼돈이 장착된 시간에 순응해가는 소통의 심장박동수를 헤아려 본다 먹거리 볼거리 꿈거리 준비해둔 공중의 저장창고 새의 머리를 닮아 눈이 둥글어진다 세월이 꺾인 자리마다 모난 예각을 망각처럼 둥글게 갈아다오 뛰어 올라 날고 있는 지금 준비한 바닥을 떠받치는 대들보 말씀처럼 살아가는 처신을 토닥인다 땅 딛고 서서도 떨치지 못한 짐더더기 오백 심장 박동이 함께 날아 올라 해묵은 잿빛 그늘을 태우고 10센치미터..

자작시 2023.09.07

돌이 흐르는 강

돌이 흐르는 강 박 영 대 곡선의 흐름을 어디서 알았겠는가 흐르다보면 뼈에 살이 붙는 줄 손가락이 잘 구불어지는 마디와 호흡 목마른 날개들 허기진 발톱들 한 시도 떠날 수 없는 비늘들 흐르면서 목숨을 거저 얻어 입는다 하루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기둥을 세우고 배 속을 채우고 바닥에는 흔적을 역사로 남기고 강변에서 보고 들은 무수한 꽃과 피고 질 줄 아는 피돌기는 상처에서 배운다 모르는 말들이 계절마다 피어나고 굽어진 강줄기에 늘 새로운 풍경이 열린다 모두 치밀한 돌에서 보고 듣고 따라했다 세월이 자고 일어난다

자작시 2023.08.06

칠월 풍경

칠월 풍경 / 박영대 치맛끈 풀어 감싸맨 산안개 덜큰 달빛 포대기에 돋은 눈망울을 닮았다 촉촉한 푸른 늘상이 단풍 들 줄 모르고 나대는 흙탕물 대기선에 꿈틀거리는 꾹 참고 키운 성장통은 한 해 성벽이 되고 박혀있던 돌뿌리도 들썩들썩 대놓고 사정 없이 뿌린 인정머리가 가물다 허공 밑바닥 움켜잡은 속 쓰린 풍경 흰 속 뼈 드러난 채 눈에 띤 낮은데로 세상, 그냥 되는 게 없다는 걸 알아라 달력에다 반쯤 그려놓고 간다

자작시 2023.0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