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482

가지의 꿈

가지의 꿈 박영대 추위 한 방울 톡 튕겨나간 삼월의 아침숨이나 잘 쉴까 의심스럽다가언제 깨어났는지 햇빛부리로 쪼는 꿈틀거린 발아충동 네가 먼저, 내가 먼저, 누구랄 것도 없이껍질은 벗고 속살은 내보이고어디 가서 누구를 만나는지 가슴에 품은 얼굴 그대로얼굴에 담은 색갈 그대로색갈에 모은 향기 그대로 바람 두 번 휘청휘이청푸른 단추 한 구멍 풀고 밖으로 튀어 오를 숨 모으고 흠집이 싹터였구나 살아서 밝음 색색이 챙겨첫 그대로 탯줄 따라하기잎으로 반짝거리는사계의 구조주의

자작시 2025.04.03

새벽돌

새벽돌 박영대 아홉 흐름과 굴곡을 넘쳐여명 차오르기까지고요의 기다림 씻어내고 그득히 채운다댓가로 주어진 운명이 부스럭 불면의 깨움이었던가참아내기 위해 밤을 갈아 어둠 닳아질 때까지 새날의 씨뿌리는 동작내딛는 걸음 실린 선택세월에 몸 맡기는 허락할 수 있는 꼼지락 하나 해에게서 받아새벽을 달려온공간을 시간으로 곱해서일어난 변화의 칼라톤 누구에게 입혀줄까? 찾다가 찾다가입무거운 네가 낫겠지지금이 태초

자작시 2025.03.15

설곡몽

설곡몽 박영대 알아서 건너 뛰었을까어쩔수 없이 맞서나선 현해탄 파도 그때의 삶이었고 그때의 나라였다시계를 빼앗긴 세상에서 제깍거리는 숙명으로교실 칠판 앞에서 시간표와 마주 서다 추운 겨울을 풀어 하얗게 피어낸 꽃눈물눈물로 못치른 계절 몫에는 살을 에이는 바람이 불고흐드러진 벚꽃 씨름판에 조국을 빼앗긴 설음이 밑천이었다그 언 손으로 키워낸 새싹은 얼마이었던가 한눈팔 틈조차 없이손에 감아쥔 퍼런 서슬 하나로 외줄버티기안에다만 감춰두고 들키기 싫은 뼈돋친 바람가시한참 지나고 나서야 눈에 밟히는 말하지 못한 그때 그 침묵들 낯익은 얼굴로 피어나 꿈이 될 때까지다그치고 다그치는 소리소리, 매서운 소리한 데서 몰아치는 북서풍에 손 시리다 그때의 인고 없었으면그때의..

자작시 2025.03.01

티 내는 사과꽃

티 나는 사과꽃                                                                        박 영 대 뭣 땜에 감추는지 눈길 피하는 해질녘하루하루 넘어가는 저녁노을 겪다보니낯빛만 봐도 진도 얼마나 뺐는지 뻔히 보이는데바람색색 모아다가 속셈 둥글게 익혔었구나 꽃보다 훗날을 내다본 당찬 눈썰미하얀 바탕에 감았다 뜬 눈썰미까치 부리로 찍은 깨진 달빛조차 숨소리 다급한 바람의 하루아직도 주지 못하고 만지작거리고 있는데 그러고도 흔들릴 가을까지는반튼만 바라보고 싸놓은 속내생각나면 풀었다 맨 초승달옷고름둥근 세상 모든 꼭지는 너의 매듭으로부터아무 일 없다고 속으로 아끼고 채운  사연 부끄러움 키운 입술은 흑백으로 살린 빨강이었었구나

자작시 2025.01.10

11월에서야 첫

11월에서야 첫                                             박영대 첫눈이 내리면지그시 눈 내려깔고 공손해진다구름이 가린 존재의 이유를 대고 있는 눈썹달예법처럼 두손 모으고더 이상 당하기 전에 무서운 줄 알고 알아서 긴다 첫눈이 내리면도시는 소란스럽게 잠결에 든다한 때 버르장머리들이 목소리 낮추는 회초리소리까지 소리로 재우고더 이상 혼나기 전에 낮은 잠자리로 소롯이 정적 부끄러워 마라다독다독 오는 줄 모르게좋은 때 다 놓친 국화보다 늦게첫이라는 죽은 시간을 돌려 놓는 늦은 산통 11월한번은 꼭 하고 넘어야할 일정이 이렇게 많있다니     ***  시작 메모         올해 첫눈은 너무 많이 왔다        원래 첫이라는 시작이 하는 듯 마는 듯 시늉만 하고 마는 것..

자작시 2024.11.29

기러기 한 몫

기러기 한 몫 박 영 대 꽉 막힌 늙은 안부 떼지어 날으는안전밸트 맨 우체부 ㅅ자 가방끈이 부럽다압록강 돌아서 한겨울 말만 듣고 서울 찾아와 한강 가로질러 강변길만 엿보고 있다가진짜 서울맛은 홍대앞 밤카페에서 춤추고 마신휘영청 끼니 때우는 이방인의 둥근 입천장 자본주의 그물망에 걸린 한치떼쳐다만 보고 말 일도 아니면서누구 말도 안 들리는 새벽을 예약해 두었는가짧아진 조석으로 찬 바람 성질만 드러나다 보여줄 수 없어 가슴안에 품은 하현달 뒷자리 긴 줄에 기차칸 한 칸씩 더 만들어어긋 난 갈림길 막혀서 풀지 못한 남과 북차이 난 불감증 안부지수를 풀어주면 안 될까

자작시 2024.11.25

고향 가는 예사 소리

고향 가는 예사 소리 박 영 대 다 큰 어른으로 고향 가는 KTX 타고 있습니다스르르르 스르르르거센소리에서 예사소리로 아버지 생각이 납니다 가지 끝에 매달린 마른 잎 하나떨어지려다 붙잡고 있는 늦 계절의 절곡한 겨울 영산강 다리 건너 수술대에 눕혀 놓고 돈 걱정 했던 형편이 덜커덕 한 옥타브 올랐다가스르르르 예사소리로 돌아 옵니다 오금에 수술자국 평생 지워지지 않은 세월길검은 날들 희끗 새어 반환 터널 빠져나온 회귀풀빵 하나 안 사주고 키웠어도딱히 벗어나지 않게 밑들은 고구마들여기서도 저기서도 굵어진 맛들이 괜찮다 합니다 육신 남긴 자리에 번뜩 스무 해 지나엄하게 혼줄나면서 키워준 덕에남의 말 무서운 줄 알라고나..

자작시 2024.11.22

11월 걸음 소리

11월 걸음 소리                                      박 영 대 붉게 열이 나는 나뭇잎눈 쑥 들어가 핼쓱하다색깔만 돌아가는 디스코팡팡기가 막혀 들리지 않는 청맹앓는 가을 소리 들리지 않는다 너의 하루는 내겐 몇 걸음이면 될까 이명소리에 멈춘 계절의 무게취한 귓바퀴 안팍으로 흔들리면한 짐 짊어진 달팽이체온이 11월이다 견딜만한11월에는 이비인후과에 간다

자작시 2024.11.17

가을이 숨긴

가을이 숨긴 / 박영대 따악! 따귀를 맞는다 단 한 대 아픔인가 억울함인가 단 번에 절명하다 맞은 뺨보다 가슴이 받은 울분을 이기지 못했다 억울함이 참을 수 없는 기도를 막았다 아픔보다 충격이 더 컸다 그 동안 이름 만큼 누리고 살아왔는데 이룰 만큼 이루고 살아왔는데 아플 만큼 아파도 보았는데 피울 만큼 피우고 살았었는데 느닷없는 단 한번의 후려침에 눈 깜짝할 사이 갑작스런 기습 손 쓸 수 없는 . . . . 아무도 모른 아름다운 비수 무서리 *** 시작 메모 오는 줄도 모르게 첫 서리가 왔었나 보다 이름도 허접한 물서리 무서리 얼마 전에까지 싱싱하던 밭에 가지가지 먹거리 작물들 고추, 가지, 내가 좋아하는 고구마순 . . . 수확기 지났어도 더 크라고 더 익으라고 가을 더 즐기라고 그대로 두었다 열흘만..

자작시 2024.1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