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기러기 한 몫

아리박 2024. 11. 25. 03:53

기러기 한 몫

                                박 영 대
 
꽉 막힌 늙은 안부 떼지어 날으는
안전밸트 맨 우체부 ㅅ자 가방끈이 부럽다
압록강 돌아서 한겨울 말만 듣고 서울 찾아와
 
한강 가로질러 강변길만 엿보고 있다가
진짜 서울맛은 홍대앞 밤카페에서 춤추고 마신
휘영청 끼니 때우는 이방인의 둥근 입천장
 
자본주의 그물망에 걸린 한치떼
쳐다만 보고 말 일도 아니면서
누구 말도 안 들리는 새벽을 예약해 두었는가

짧아진 조석으로 찬 바람 성질만 드러나
다 보여줄 수 없어 가슴안에 품은 하현달
 
뒷자리 긴 줄에 기차칸 한 칸씩 더 만들어
어긋 난 갈림길 막혀서 풀지 못한 남과 북
차이 난 불감증 안부지수를 풀어주면 안 될까


기러기 한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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