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가는 예사 소리
박 영 대
다 큰 어른으로 고향 가는 KTX 타고 있습니다
스르르르 스르르르
거센소리에서 예사소리로
아버지 생각이 납니다
가지 끝에 매달린 마른 잎 하나
떨어지려다 붙잡고 있는 늦 계절의 절곡
한 겨울 영산강 다리 건너 수술대에 눕혀 놓고
돈 걱정 했던 형편이 덜커덕 한 옥타브 올랐다가
스르르르 예사소리로 돌아 옵니다
오금에 수술자국 평생 지워지지 않은 세월길
검은 날들 희끗 새어 반환 터널 빠져나온 회귀
풀빵 하나 안 사주고 키웠어도
딱히 벗어나지 않게 밑들은 고구마들
여기서도 저기서도 굵어진 맛들이
괜찮다 합니다
육신 남긴 자리에 번뜩 스무 해 지나
엄하게 혼줄나면서 키워준 덕에
남의 말 무서운 줄 알라고
나만 아는 아집에 묶여 있지 말라고
세상 도리에 부딪치지 말라고
*학 날개 거동만 보아도
긴 다리 넉넉히 쓰일 말씀
읍 친 수신제가 떠올립니다
* 아버지 호가 鶴隱이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