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숨긴 / 박영대
따악!
따귀를 맞는다
단 한 대
아픔인가
억울함인가
단 번에 절명하다
맞은 뺨보다 가슴이 받은 울분을 이기지 못했다
억울함이 참을 수 없는 기도를 막았다
아픔보다 충격이 더 컸다
그 동안
이름 만큼 누리고 살아왔는데
이룰 만큼 이루고 살아왔는데
아플 만큼 아파도 보았는데
피울 만큼 피우고 살았었는데
느닷없는 단 한번의 후려침에
눈 깜짝할 사이 갑작스런 기습
손 쓸 수 없는
. . . .
아무도 모른
아름다운 비수
무서리
*** 시작 메모
오는 줄도 모르게 첫 서리가 왔었나 보다
이름도 허접한 물서리 무서리
얼마 전에까지 싱싱하던 밭에 가지가지 먹거리 작물들
고추, 가지, 내가 좋아하는 고구마순 . . .
수확기 지났어도 더 크라고 더 익으라고 가을 더 즐기라고 그대로 두었다
열흘만에 다시 갔더니 깜짝 놀랐다
웬 걸~
샛까맣게 죽어가고 있다
잎은 처지고 열매가 물러지고 줄기는 뭉게지고. . . .
한 바탕 공동묘지다
무서리, 그 무서운 놈.
옷 입고 사는 우리는 몰랐는데
초상치르고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