섣달 열야드레
박 영 대
어매 손 맛
형 하나는 일찍이 서울로 돈 벌러 가서 없어졌으니까
하나 빼고 아홉 남매 빠지지 않고
생일이면 미역국에 시루떡을 해 주어야 했다
어김없이
섣달 열야드레날에는 시루떡을 받을 수 있으니까 나는
그래서 태어난 해는 중요하지 않아
그건 설날 아홉 살, 열 살이면 됐으니까
한번 쩌서 하루에 다 먹지 않는 시루떡
식혀두고 한 사나흘간은 팥고물 잡고
시원컴컴한 시루에서 손으로 찢어내 들고 다니며
자랑하고 다닌 생일날
왼손 약지 금가락지 한번 돌려보고
아부지에게 대놓고 낯 세울 수 있는 삼백예순날 중 하루
어매 자식 자랑 드러내는 날
우린 그저 시루떡이 좋아라
그때는 나이를 얼마나 잘 먹었는지 몰라
낳자마자 뱃속에서 한 살
섣달 열야드레 지나고 얼마 안 있으면
설날 또 한 살 먹었으니까
한 가닥 한 가닥 나이 먹는 게 좋았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