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통일전망대에서

아리박 2024. 10. 3. 18:55

통일전망대에서
                                     박 영 대
 
아는 길을 묻습니다
뻔히 다 보이는 길을
어떻게 가야 하느냐고 남들에게 묻고 있습니다
 
산노루 멧돼지는
제 맘대로 오고 가는데
오징어 문어 고등어
맘껏 헤엄쳐 바닷길 오고 가는데
다 아는 길을 우리만 몰라 허둥대고 있습니다
 
바람 불어서도
눈이 쌓여서도
낙엽이 쌓여
묵전길이 되어 버린 것도 아닌데
빵빵한 길 놔 두고도 오고가질 못합니다

그것은
길목 가로 막고 있는 저 문 때문입니다
 
사람이 가면 열리게 만든 문인데
몹쓸 것 들어오지 말라고 만든 문인데
걸음 당당히 오고가는 길이 되는 문인데
닫힌 채 열리지 아니 합니다
열리려 하지도 아니합니다
오지도 가지도 못한 우리가 몹쓸 것입니까?

문은 길이 될 때 행복합니다
 
문은 열쇠로 엽니다
자물통 똥구녁에 팍 찔러넣어 비틀어야 열립니다
그 열쇠를 찾아야 합니다
그 열쇠를 우리 손에 쥐어야 합니다
 
아무리 녹슬고 얼어붙은 문짝도
온돌 방바닥 뜨끈 지져대면 
풀리지 않는 문은 없습니다
얼어붙은 냉방에 불을 지핍시다
세상 사람들이 우리가 가장 잘한다고 칭찬하는 온돌방에 불을 땝시다
아랫목 펄펄 끓게 불을 땝시다
 
저 굳게 닫힌 철문 문지기는 영을 받아 문을 엽니다
명령을 받아 수행하는 행동지기일 뿐입니다
저 문지기에게 명령을 내립시다
같은 민족의 이름으로 명령을 내립시다
남이니 북이니 이런 말은 빼고 
한민족 이름으로 명령을 내립시다
 
문지기에게 행복의 옷을 입힙시다
저 길이 활짝 웃게 합시다
저 문이 반가움의 길이 되게~
저 문이 팔 높이 번쩍 만세를 부르게~
 
 

 

고성 통일전망대

 

통일길


 
 
 
 

'자작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년 만에 눈물  (0) 2024.09.11
호랑이귀풀(호이초,바위취)  (0) 2024.08.13
바람의 맛  (0) 2024.05.30
봄비  (0) 2024.05.05
진달래 시담  (0) 2024.0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