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461

해킹시대

해킹시대 박 영 대 외계인의 소행이라는 의심도 없는데 지구가 발칵 뒤집어졌다 몸이 우주라는 빛좋은 개살구들 36.5도 시린 이빨이 흔들린 이후 뒤틀린 창문의 체온이 방파제를 넘쳐 기도를 장악한다 길바닥에 가쁘게 쏟아낸 숨소리 입술에 묻어 혀끝이 문풍지처럼 오들오들 춥다 죄없는 콧구멍만 실험대상으로 들쑤시고 움켜쥐는 장력이 풀어진 방파제의 테트라포트 셈법도 미생의 조작에 현관문의 비밀번호가 털리고 심해의 오장육부는 어김없이 발겨져 고래들의 약속시간이 탄로나고 해파리들의 은밀한 동영상이 누출되고 민망한 숨소리까지 번호 붙이기 좋아하는 2019는 희생 양이 되어 수모를 겪고 있다 수평선의 경계가 유혹에 넘어가 맥없이 허물어졌다 어디다 말도 못하고 끙끙 앓는 난파선장은 오질나게 찟겨져 책임지라는 소문만 흉흉하다..

자작시 2022.06.09

두 번째 출렁이는 바다

두 번째 출렁이는 바다 / 박영대 한결같은 웃음기를 걷어내고 짠맛 같은 너의 어제를 건져내야 할 시간 가깝게 눈을 맞추고 말 건내고 싶어 조급해진 노을빛 꿈틀대는 몸짓을 도외시하고 크게 출렁이는 걸 알아차리기에는 쉬운 일이 아니다 바다가 두 번째 출렁이기를 기다린 적이 있다 정신줄을 빠뜨리고 절반을 포기하려 했을 때 어렴풋이 떠오른.... 그렇지, 썰물을 기다려 개펄의 회복을 찾아 차분했으면 절반은 싱싱한 기억으로 절약할 수 있었을 텐데 왔다간 줄 모르는 첫번째 파도를 놓치고 다음 파수를 기다리며 낯선 모성이 품어주기를 고대하고 있었다 바다를 사서 먹고 사는 사람과 바다를 파먹고 사는 사람은 같은 신발을 신지 않는다 그녀의 한 달 생리를 기억하고 그에 맞추는 대화는 따라갈 수 없는 한계다 글로 읽은 바다..

자작시 2022.04.23

진달래 한 대목

진달래 한 대목 박 영 대 다가와 닿을락 말락 큰애기들 큰 키에 긴 머리 양 갈래 꽃리본 달고 집에만 있을 수 없어 산으로 산으로 앳된 눈짓으로 불러낸 그 중 한 걸음 꼭데기 무더기로 몰려 다니는 개나리 벚꽃 그런 애들 말고 혼자 필 때 놓고가는 꽃잎 속 전화번호 볼펜으로 눌러 쓴 길쭉한 손가락 다짐은 언제까지 기다려줄 건가 양지 곁에 돋아나 열었다 닫은 핸드폰 폴더는 몇 번째 반복 아직 찬바람 따라 대문 밖으로 숨어 나간 눈총은 솟을 담 뒤에 까치발 들고선 발소리 엷은 차림으로 알아차린 채색 구름은 벌써 홑날개 나만 알고 누르는 숫자가 벌벌 떨고 있는데 디자인도 컬러도 반은 니 생각으로 입고 또, 아직 모르는 너의 반으로 나머지 채우다가 남보다 먼저 얼굴 붉힌 고백 그러지 말아야겠다고 속으로만 다짐다짐..

자작시 2022.04.06

껍질 속

껍질 속 박 영 대 오늘도 너만은 믿는다 의심으로 시작하는 하루 일과 눈물이 배지 않는 웃음을 의심하고 대륙을 돌아온 철새의 행적을 의심하고 웃고 있는 메뉴판을 의심하고 무백신 접근을 의심하고 걸려온 전화번호를 의심하고 단 한가지 껍질은 의심을 숨기지 않는다는 믿음은 아직 깨지지 않았다 식물성 껍질을 믿는 것처럼 내일도 믿고 싶다 너에게 다가가는 마지막 안심선

자작시 2022.01.17

새해 일출에서 만난

새해 일출에서 만난 박 영 대 한 해 다짐을 위해 해가 뜨는 언덕에 왔네 일출 명소를 피해서 혼자만 알고 있는 곳으로 구불구불 왔네 수백 명이나 되는 새해맞이 부지런쟁이들 세상에는 혼자만 알고 있는 것은 없네 희망이라고 쓴 마스크들 착한 일을 하고 싶은 첫 날 무슨 도움거리를 찾는 참 좋은 당신들 처음 만났어도 햇살처럼 다정하네 한 겨울 신새벽인데도 오늘은 따뜻하네 새 해를 보러 온 당신은, 하늘을 믿는 당신은 하늘 무서운 걸 아는 사람 참 좋은 사람들 만나고 주억거리 하나 주워서 가네

자작시 2022.01.01

영등포 왜곡

영등포 왜곡 박 영 대 위장한 03번 마을버스가 가로수 등 뒤로 숨바꼭질하는 굽은 길 잎이 진 프라다나스 새집에는 어중간한 표정들이 세 들어 산다 토요일 경마장 긴 줄에 늘어선 한 탕을 믿는 눈치들 한 주를 만회할 그때만은 재수생보다 성적 순위에 민감하다 몸통만 남기고 잘린 겨울 채비가 한껏 부푼 외출중이다 한 달 간의 댓가에 만족 못하는 5번 출구 어중간한 신발들 그곳이 그곳을 벗어나지 못하는 쳇바퀴 도는 활동반경 노트북을 노트라고 연필을 준비하는 현실적 시대 착오 눈치 빠른 철새들은 강남으로 다 빠져나가고 어중간 알량들만 청과시장에서 팔도 사투리를 씨부리고 있다 넓은 잎으로 가려왔던 부끄러움이 숨길 수 없는 흔적으로 묵직하게 아문 이력이 곳곳에 남아 팔 다리가 울퉁불퉁하다 막 살아온 그늘에 고향도 없..

자작시 2021.12.20

백마고지에서 읽는 시 한 편

https://www.youtube.com/watch?v=hFSGRvUwfY8 백마고지에서 읽는 시 한 편 낭송 영상. 박영대 백마고지에서 읽는 시 한 편 박 영 대 어느 집 아들이었을까 백마고지 참호 속 시가 되어 돌아온 이등병 70년간 꺼내지 못한 전장의 시를 뼛조각으로 생생하게 쓰고 있다 쏘다 남은 실탄 스무 발을 제 나이처럼 한 해 한 해 세고 있는데 누구의 오빠였을까 여인의 손 잡고 떠나올 때 걸어준 동그란 다짐 한번 내어준 사나이 약속 전쟁이라고 꺾일 수는 없다 폭음 속에 불렀던 마지막 반지의 이름 포연 속에 생생한데 제목도 알 수 없는 어느 피 끓는 시인이었을까 쏟아지는 포성 위에 만년필이 써 놓은 애국 시 한 편 날아드는 이념의 포탄 숫자는 아직도 다 쓰지 못한 바람 끝 역사 쪽지에 쓴 주..

자작시 2021.12.06

새벽의 귀퉁이

새벽의 귀퉁이 박 영 대 몸에 맞춘 별빛자락을 들쳐입고 새벽에 이끌려 간다 안개는 열차 호주머니 속 유년을 꺼내 바스락거린다 낯익은 이름은 겨를도 없이 가까운 풍경처럼 스쳐 떠나가고 엊저녁 먹다 남은 달빛은 일찌감치 일어나 앞장선다 주름이 피어 앉은 가방에는 선잠을 깨운 이유와 궁금할 것도 없는 도착시간이 달랑거리고 있다 허기진 계절과 흠집 난 여정을 챙겨 나온 어둑어둑한 시간 입김이 펼친 유리창에 눌러 써 보는 손가락 글씨 뭉친 앙금에서는 달방울별방울 어둠 엷어지는 소리 쫓기는 여명의 페이지에 꽂혀있는 책갈피의 위로 곧게 뻗은 직선은 내가 입었던 어울린 옷이었을까 읽다가 접어둔 그 대목은 어느 역 이름이었는지 흔들리는 시간에 떠밀려 함께 흔들리는 검푸른 질주 낯선 체면들이 얼굴 트고 구석진 이야기 꺼내..

자작시 2021.11.07

수군을 모집합니다

수군을 모집합니다 박 영 대 ㅇ 모집 공고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 움직일 수 있는 자, - 말할 수 있는 자, - 한글을 읽고 쓰는 자, - 충심의 여분이 남아있는 자 모이라! ㅇ 모집 시한 : 2028년 (시일 촉박함) ㅇ 모집 대상 : 대한민국 남녀노소 ㅇ 특별 우대 : - 경제인 - 시인 소설가 예술가 - 체육인( 메달 수상자 ) - k-pop 아이돌 가수 국악인 - 영화감독 PD - 충무공의 부하가 되겠다는 의지가 강한 자 ㅇ 특별 제한 - 정치인 ( 엄선할 것임으로 차출이 어려움 ) ㅇ 복무 소속 - 7광구 지킴 사령부 ㅇ 예우 : 독립운동가 예우 ㅇ 복무 방법 - 자기 위치에서 자기 장르에서 자기 방법으로 7광구 지키기에 참여합니다 - 7광구 지키기는 제 2 독립운동입니다 - ● 국가 자산인 ..

자작시 2021.1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