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목련 / 박영대 눈밭에 그릴 수도 아직은 피울 수도 없는 시도때도 모르는 소년 냉냉한 어깨 위에 남겨진 무색 예감 처진 겨울 바람처럼 말없이 감싸 안는다 때가 되면 늦을까 떠날 채비 서두르고 깃털 얹고 있는 나이 숨찬 바람 끝에 봄날 오는 소리조차 부끄러운 화예 꽃은 피웠다만 어찌 제 철을 잊었느냐 타고난 단명 염려하였는데 바람 끝 건듯 아침살 한 식간에 스러지는 너는 누구의 현현인가 하고 싶은 무슨 말이 남아 철도 모르고 피어 오르막 길에 서서 쳐다만 보게 하는지 속에 품었는 편지 썼다 지우면서 남긴 필적 녹아 흐르는 몰래 지운 눈물인 것을 누가 뭐래도 변하지 않는 하얀 먹빛 왔다 갈 한 생 창호지 밟고 서서 너무 빠른 붓끝에 눈이나 맞추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