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천년의 꼼지락

아리박 2021. 1. 3. 09:50

 

다보탑파

 

천년의 꼼지락 

                      -  직지. 안부를 묻다

      

                              박  영  대

 

 

直指人心(직지인심)하시면 見性成佛(견성성불)이시니라

 

어둠 아직 사위기 전 정한수 사발 올린다

흰 보시기에 담아내는 여인의 새벽 걸음

아침 적막 깨운다 천년의 묵은 꿈

맨 땅에 그리고 나무에 새기고

허구한 날 닦아서 말씀 심지 돋운다

 

차마 받들기 어려운

차마 입에 올리기도 어려운

말씀 그 말씀 흰 적삼 속 깊이 새긴 그 말씀

 

바위 다듬고 쇳물 거르던

그 꼼지락 천년 그날들의 숱한 꼼지락

철당간 꼭대기에 매단 무심의 깃발

글자되어 말씀으로 펄럭이고 있다

 

떠나간 이역만리 속사정 풀어놓지 못하고

달빛으로 울고 바람으로 지켜온 제국의 발급소리

골골이 채웠다 비우는 흥망성쇠

 

바른손 검지에 찍어 써 내려간 쇳물로 식힌 말씀

어두워서 드러나는 틈새 파고드는 별빛

고려의 새벽이 튼다

아스라한 천년 동녘이 튼다.

 

 

 

< 직지의 숨결 시집 수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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