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감옥
박 영 대
산 계곡 입술이 추위에 바삭바삭 말라가고
수돗물 으슥으슥 열 나서 몸살해대고
수도꼭지가 몸 져 누웠으니
아내의 부재다
바닥난 골짜기에 끙끙 앓는 소리가 얼음을 타고 흐른다
교대한 초생달이 쬐끄만 얼굴 털모자로 얼싸고
한번 어두워지고는 날이 새지 않는다
시간이 얼어 멈추고 길이 막혔다
온 동네가 물 감옥이다
와이파이 터지고 휴대전화 터지면
첨단 문명이 다 살게 해줄 줄 알았는데
화장실 물 채우는 일
먹고 설거지하는 집안 물이
징역살이 삼 년보다 춥다
물 감옥 단 사흘간
노지에서도 견디는 석간수 찾아가 용서를 빌고
기침소리 카톡으로 몇 짐
앓는 소리 영상통화를 몇 바가지 퍼다 붓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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