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잊고 살았다, 그저

아리박 2020. 12. 4. 17:21

잊고 살았다, 그저

 

                           박  영  대

 

삼백 년을 한 자리에 뿌리내리고 산

당산나무의 고충을 알지 못했다

언제든 갈 수 있어서

어디든 갈 수 있어서

그의 답답함을 그저 외면했다

 

달이 안 뜨는 서운한 고통을 알지 못했다

뜨면 보고

안 뜨면 그저 그런 줄

 

코로나 덫에 걸려 넘어진

단 보름간의 자가 격리

 

그저 그런 아무 것도 아닌 것이

없으면 소중한 걸

보고 싶다는 걸

 

이제야

모르는 것이 아니라 그저 잊고 살았다

 

 

잊고 살았다, 그저

 

PAR Golf & Travel 2020. 12월호

'자작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천년의 꼼지락  (0) 2021.01.03
상고대 옹슬  (0) 2020.12.18
그날 동행  (0) 2020.11.29
감나무 외도  (0) 2020.11.20
11월의 다짐. 이 달의 골프 시  (0) 2020.1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