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그날 동행

아리박 2020. 11. 29. 08:42

  

 

그날 동행

 

                        박  영  대

 

혼자 나선 저녁 산책

기어이 따라오는 늙은 그림자

차도에서는 찻길쪽에 서고

굽은 길에선 갓길쪽에 서고 

누렇게 물들어 어중간이 빛바래 갈 때

빈 솔방울 헛간처럼 달고

간신히 침엽수라는 체면으로

숱 성근 반백 지키고 걷는데

앞서거니 뒤서거니

곁을 지키는 동행

 

구부정한 나는 분명 난데

키도 키우고 주름살 없애고

안쓰러워 백발도 검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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