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감나무 외도

아리박 2020. 11. 20. 20:25

감나무 외도

                                           박  영   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로 걸어 온다

어쩌면 저리 홀딱 벗을까

묶어놓고 벗겨도 저렇게 벗기지는 못할텐데

불과 한 달 새 무슨 사달이 난 것일까 

 

웬만해서는 지지 않을 두꺼운 입심

저리 당한 걸 보면 그 안에 뭔가가 있어서다

태풍도 이겨낸 그 억척

좀 해 말 바꿀 그 입심 아니었는데

용서받지 못한 허물

그 사정을 알 수가 없다

 

여름내내 국방색 단 한 벌로

곁눈 흘리지 않고 달게 키운 자식만 보았는데

스스로 옷고름 풀게 한 속사정을 알 수가 없다

 

아 늦가을

단풍 들 때 두꺼운 입술 붉게 칠한 적이 있지

 

딱 한 번

립스틱 짙게 칠한 잘못으로 우수수 벌을 받은 게야

 

 

 

실오라기까지 벗은 잘못

 

딱 한번. 늦가을 입술 짙게 칠한 적이 있지

 

다른 나무는 늘상 이렇게 눈 흘리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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