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밭에서 / 박영대
클수록 예뻐지는 걸 보면
연모를 품은 것이 붉은 달이었는 갑다
눈은 작고
몸매는 없고
입은 보잘것없는 것이
어찌 붉은 건 알아 하늘을 차지하였느냐
해를 쫓다가 저무는 달빛을 만나 낯 붉어진
변절 못하는 허구헌 날의 동경
눈은 순간이지만 길목에는 계절을 쌓는다
끝내 시월, 그대라는 말
안고 지켜 키우다보면
가을 한 페이지에서 쏟아지는 한 움큼 빛맛
육신은 해에게서 나고
단맛은 달빛이 준 것이다
저 달은 무맛일 게다
저들에게 다 내어주고 무슨 맛이 남았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