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신춘문예 시 2025 현대경제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작 대상ㆍ 파밭 / 엄경순 파밭 하얀 다리를 걷어 올린 푸른 대궁 채마밭 굵은 파들이 쑥쑥 자란다 대궁 안은 한 숨 두 숨 잔뜩 부풀었는데 속내를 알 수 없는 통통한 옆구리를 청개구리 한 마리가 발가락으로 간질인다 세상을 머금은 듯 단단히 여민 대궁 아무리 흔들어도 속을 보여주지 않는다 꺾지 않으면 속을 들여다볼 수가 없다 속을 보려고 대궁을 꺾을 수도 없다 대궁 안에 들어 있는 작은 세상 가만히 숨죽여 귀 기울이면 아무리 생각해도 도통 답을 찾을 수 없는 일들이 끙끙 속을 태우며 들어앉았다가 말문이 터지듯 어느새 쑤욱 답을 밀고 올라와 파바밭! 꽃대 위에서 하얀 꿏망울로 터진다 파밭에서는 꽃이 필 때마다 나비랑 벌 무리 좋아라 야단법석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