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알밤을 만나면

아리박 2020. 10. 8. 09:14

알밤을 만나면

                        박영대

 

OB라인에 살짝 걸린 행운에

알밤이 굴러 떨어져 있다

 

가을빛 칠하고 칠해서 짙어진 밤색

단단하기가 밤껍질이다

 

껍질 속 아늑한 벌레의 방

무서리 한파도 바위의 충격도 지켜낸다

 

진화된 밤가시가 딤플이 된 걸 보면

알밤의 꿈은 땅에 떨쳐지는 것이 아니라

창공을 한껏 날아보는 비상

 

세이프 존 보호색으로 씨앗을 지키는

바람과 구름과 낙엽의 자연 색감을

기어이 눈에 잘 띠게 바꿔버린 백색의 억지

 

눈에 띤 알밤에게 실수 핑계대려고

아이언 머리로 꿈을 휘두르다.

 

 

알밤을 만나면

 

파골프 & 트레블 2020.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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