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밤을 만나면
박영대
OB라인에 살짝 걸린 행운에
알밤이 굴러 떨어져 있다
가을빛 칠하고 칠해서 짙어진 밤색
단단하기가 밤껍질이다
껍질 속 아늑한 벌레의 방
무서리 한파도 바위의 충격도 지켜낸다
진화된 밤가시가 딤플이 된 걸 보면
알밤의 꿈은 땅에 떨쳐지는 것이 아니라
창공을 한껏 날아보는 비상
세이프 존 보호색으로 씨앗을 지키는
바람과 구름과 낙엽의 자연 색감을
기어이 눈에 잘 띠게 바꿔버린 백색의 억지
눈에 띤 알밤에게 실수 핑계대려고
아이언 머리로 꿈을 휘두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