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석등

아리박 2020. 10. 1. 13:06

석등

 

석등

 

                     박영대

 

 

뒤틀린 가을에 핀 철쭉, 짓 없는 얼굴로 

달 오름 때맞춰 부석사 들러 석양을 뵙는다

만삭 배흘림은 겉늙은 풍경을 그리는데

의상대사님은 지팡이 들어 오늘을 가르치시고

발등에 얹어주는 천년 등불

저리 묵직하게 한 줌의 서운함 들고 서 있다

 

말씀 담고 있는 탑파 길 밝히는 시좌

귀 기우려 듣고 있는 묵은 별

어둠은 그냥 두고 귀 열리는 불빛

가쁘게 몰아 쉬는 박명의 숨소리

돌아갈 곳 서두르는 마지막 재촉이라

어덕길 차마 알아차리지 못하고

하루에 지친 냉랭한 얼굴들

 

높고 낮음이 따로 있는 건 아니지만

바다에는 울음 그치지 않고

팍팍한 다리로 오르락 내리락

불심마저 저어 바람 앞에 깜박거리는데

세월 품고 흐르는 돌빛 눈 감은 듯 고르다

 

 

 

 

부석사 탑파

 

가을에 핀 철없는 철쭉

 

무량수전

 

부석사의 석양

 

의상대사 선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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