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낙엽의 자식들

아리박 2020. 9. 27. 07:34

낙엽의 자식들

                                   박영대

 

 

씨앗을 둔다는 게 얼마나 장한 일이냐

꽃 피는 일도 꽃 지는 일도

잎 돋는 봄도 잎이 지는 가을도

씨 하나 얻기 위한 필살

높은 말씀도 꿀맛 향기도

세상 모든 선물 셋트도

씨앗의 하위 개념

 

자식의 희생은 거스르는 물길처럼 드물지만

부모의 희생은 흐르는 물결처럼 말이 없다

열매도 없이 혼자 처진 끝내 못 고치는 고집

철새 떠나는 계절에 낯빛 수척한 낙엽도

붉게 익은 자식 하나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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