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지배하는 나라 / 박 영 대
포식자의 먹이가 되리
눈치도 못 채고 순식간에 낚아채인 먹이가 되리
숨통이 끊기고 고통 없이 씹히는 먹이가 되리
그만한 됨됨이면 고통 달게 받으리
바뀌는 모습을 보고 싶지만
아무도 모르게 잠에서 깨어나
순백의 정부로 바뀐 거역할 수 없는 설국
반항하는 모든 부조리를 제압하고
물어볼 것도 없이 한꺼번에 장악한 세상
손 쓸 틈도 없이 제도가 바뀌고
하룻밤 사이에 길이 바뀌고
차별 없는 평소에 그리던 나라
기꺼이 그 나라 백성이 되리
이런 날이 오면 보고 싶은 이에게 전화를 걸고
이런 날이 오면 연약한 뿌리가 새 집을 준비하고
이런 세상이 오면 피다가 꺾인 원한이 꽃으로 피어나
꿈꿔온 지도를 펼치고 함께 기차를 타리
지금까지 겪어온 질척 깨끗이 지워진 거리를 활보하리
새로 평정한 무색이 드러나는 그런 나라에 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