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물 감옥

아리박 2021. 1. 21. 11:12

물 감옥

                     박 영 대

 

산 계곡 입술이 추위에 바삭바삭 말라가고

수돗물 으슥으슥 열 나서 몸살해대고 

수도꼭지가 몸 져 누웠으니

아내의 부재다

바닥난 골짜기에 끙끙 앓는 소리가 얼음을 타고 흐른다

교대한 초생달이 쬐끄만 얼굴 털모자로 얼싸고

한번 어두워지고는 날이 새지 않는다

시간이 얼어 멈추고 길이 막혔다

온 동네가 물 감옥이다

 

와이파이 터지고 휴대전화 터지면

첨단 문명이 다 살게 해줄 줄 알았는데

화장실 물 채우는 일

먹고 설거지하는 집안 물이

징역살이 삼 년보다 춥다

물 감옥 단 사흘간

노지에서도 견디는 석간수 찾아가 용서를 빌고

 

기침소리 카톡으로 몇 짐

앓는 소리 영상통화를 몇 바가지 퍼다 붓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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