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476

어린 소나무를 옮기며

어린 소나무 박영대 언제 커서 재목이 되나 목줄 채워지는 길들이기 잡풀에 채이고 밑돌에 막히고 그늘에서 헤매다 잘려 다리 꺾여도 보고 밟혀 허리 굽혀도 보고 집안으로 들어오기만 하면 재목이 되기보다 견뎌내야 할 뼈 부서지는 소리 바위틈에 뿌리 내리기 누군가의 눈에 띄기 바쁘게 길들이는 억지 때문에 어깨가 꼬여 단풍 들고 있다.

자작시 2009.10.13

잔설

잔설 / 박영대 슬픔 흘리고 있네 주룩주룩 뚝뚝 떠나 보냄의 길목에서 더디 지나간 기다림 녹아 내리고 있네 희디흰 눈물 흘리며 바람의 때묻은 그늘 속에서 햇빛 피하고 있네 항거하던 삭풍 내일을 은밀히 도모하던 뜻 맞춘 친구들 이미 사라지고 있네 한 웅큼 뭉친 가슴으로 한 웅큼의 소식을 전하네 풀뿌리 부시시 잠 깨 영문도 모른 채 눈물 받아 먹고 있네 가늘게 가늘게 개울에는 레퀴엠이 흐르네 멀리서 부터 점점 쉬이 부서지는 몸 부스러기 바람에 햇볕에 움켜진 손에 소멸의 강에 눈물만 흘려 보내고 있네 이렇게 이렇게 아니 그렇게 그렇게 주위와 한 몸이 되어 찬 생기로 가득한 방안에 흰 모자 쓰고 이별만 녹이고 있네 또 한번의 윤회를 생각하네

자작시 2009.0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