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460

해동

해동 박영대 얼었던 변기가 뻥 뚫렸다 이렇게 시원할데가 물 내려가는 소리가 교향곡 제 6번이다 막힌 변기를 감상할 줄 아는 경험자들의 기립박수 꽉 막힌 진퇴양단이 녹아 내리는 날 불로도 녹이지 못한 겨울 여자를 2월 어느날 해냈다 건듯 2월이라는데 맬없이 지내다 순결을 잃는 달 그렇게 얼었던 처녀막이 터졌다 물소리 날리고 바람소리 흐르고 나무들 춤추고 햇빛 둘러 앉아 아리아리랑 스리스리랑....

자작시 2010.02.11

영하의 산방

영하의 산방 박영대 대설을 맞아 어릴 적 손에 쥐었던 함박눈을 생각했는데 와락 껴안은게 영하 11도다 영하가 들어오지 못하는 현직을 나와 산방에 와서 보니 영상의 현직과 영하의 퇴직을 혹독히 당하고 있다 더우면 냉방으로 추우면 난방으로 고쳐 지낸 억측에 익숙해진 몸이 온통 부적합이다 한데서 입은 채로 혹은 벗은채로 그리고 아주 조용히 잘도 견디고 있는 하찮은 것들 산 위 소나무 원래 그랬듯이 감나무 나이 먹은 관록 그대로 사철나무 울타리 젊음으로 나물쑥까지 개울가 낮춤으로 견디기 위해서 갈증을 참는다 견디기 위해서 몸을 휜다 견디기 위한 하찮은 꼬리 자름이며 난방을 해 놓고도 오돌오돌 떨고 있는 부적합 소식도 얼어 붙고.

자작시 2009.12.11

있어도 좋을 동행

있어도 좋을 동행 - 차를 하면서 - 박 영 대 혼자 걸어도 따라오는 동행 여기가 산속이게 하고 바람속이게 하고 길 멈추게 하고 지금이 전부이게 하고 앞으로의 나날이게 하고 과거에 떠난 이별이게 하고 온갖 모습 녹아들게 너른 하늘빛으로 아무나 찾아 들게 빈 한가함으로 둥글게 반듯하게 무디지 않게 모나지 않게 그릇에 담아보는 소나무 대나무 초가지붕 달빛 그리고 또.... 나누며 녹아들고 마시며 삭이고 달이면서 참고 우리며 잊고 떨어져서 부서지고 휘돌고 스미는 물이 바다에 모여 봄내로 때묻은 허상들을 털아내고 있다 있어도 좋을 동행

자작시 2009.1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