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동 해동 박영대 얼었던 변기가 뻥 뚫렸다 이렇게 시원할데가 물 내려가는 소리가 교향곡 제 6번이다 막힌 변기를 감상할 줄 아는 경험자들의 기립박수 꽉 막힌 진퇴양단이 녹아 내리는 날 불로도 녹이지 못한 겨울 여자를 2월 어느날 해냈다 건듯 2월이라는데 맬없이 지내다 순결을 잃는 달 그렇게 얼었던 처녀막이 터졌다 물소리 날리고 바람소리 흐르고 나무들 춤추고 햇빛 둘러 앉아 아리아리랑 스리스리랑.... 자작시 2010.02.11
겨울 나무 겨울 나무 박영대 퇴행성 관절염인지 삐걱거립니다 팔다리가 쑤시고 어깨가 아파옵니다 얼굴 군데 군데 검버섯이 피었습니다 툭 소리를 내며 부러질 것 같습니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도대체 희망이라는게 보이질 않습니다 모두가 정년퇴임한 백수들입니다 화려했던 시절이 있었는지 의심스럽습니.. 자작시 2010.02.11
은행에서 부자 만나기 은행에서 부자 만나기 박영대 은행을 찾는 이들은 부자가 드물다 별 볼일 없는 부자들이 부자 시늉 내고 있다 깔끔한 여백이 주는 정장한 은행의 거실 두엄자리에 거름 냄새는 없고 화장한 꽃만 피어 있다 잔고 없이 만든 통장 그네들 노는데 끼기위한 출입증 은행에 찾아 오면 통장이 두.. 자작시 2010.01.06
영등포의 겨울 영등포의 겨울 / 박영대 추위가 건달처럼 휘집고 다니는 이유 없이 굽어져 있는 길 그 길가로 먼지 쓴 유행들이 붙박이로 늘어 서 있다 부수고 다시 지어야 할 오래된 과거 속에는 TV에서 외면해버린 군상들이 늘어져 있다 부천 광명의 서울 목동 일산의 고향 거기 지나는 것들은 비켜 지.. 자작시 2009.12.16
영하의 산방 영하의 산방 박영대 대설을 맞아 어릴 적 손에 쥐었던 함박눈을 생각했는데 와락 껴안은게 영하 11도다 영하가 들어오지 못하는 현직을 나와 산방에 와서 보니 영상의 현직과 영하의 퇴직을 혹독히 당하고 있다 더우면 냉방으로 추우면 난방으로 고쳐 지낸 억측에 익숙해진 몸이 온통 부적합이다 한데서 입은 채로 혹은 벗은채로 그리고 아주 조용히 잘도 견디고 있는 하찮은 것들 산 위 소나무 원래 그랬듯이 감나무 나이 먹은 관록 그대로 사철나무 울타리 젊음으로 나물쑥까지 개울가 낮춤으로 견디기 위해서 갈증을 참는다 견디기 위해서 몸을 휜다 견디기 위한 하찮은 꼬리 자름이며 난방을 해 놓고도 오돌오돌 떨고 있는 부적합 소식도 얼어 붙고. 자작시 2009.12.11
자유로 자유로 박 영 대 자유로와지고 싶을 때 만나고 싶어 하는 연어 떼가 모이는 길 망각의 때 묻은 소매를 강물에 빨며 새끼 뗀 어미소 울음소리 들으러 간다 널려져 있는 물속의 귀한 모습들 철조망에 걸려 날개마저 퍼득거리고 강 건너 부두에 내리지 못한 나룻짐만 둥둥 떠 삿대질 해 대는 .. 자작시 2009.11.30
팔월의 나비 팔월의 나비 박영대 한여름 퍼붓는 소나기였습니다 천둥이 울고 회오리치는 바람속이었습니다 가슴이 뜨거워져야만 날아 오를 수 있는 나비 소나기에 천둥치는 회오리 바람에 마른 줄기에 몸 붙이고 나는 습관조차 잊은 채 오직 더듬이로 향내만 찾고 있습니다 줄기의 당당함에 가시의 단아함에 꽃.. 자작시 2009.11.29
있어도 좋을 동행 있어도 좋을 동행 - 차를 하면서 - 박 영 대 혼자 걸어도 따라오는 동행 여기가 산속이게 하고 바람속이게 하고 길 멈추게 하고 지금이 전부이게 하고 앞으로의 나날이게 하고 과거에 떠난 이별이게 하고 온갖 모습 녹아들게 너른 하늘빛으로 아무나 찾아 들게 빈 한가함으로 둥글게 반듯하게 무디지 않게 모나지 않게 그릇에 담아보는 소나무 대나무 초가지붕 달빛 그리고 또.... 나누며 녹아들고 마시며 삭이고 달이면서 참고 우리며 잊고 떨어져서 부서지고 휘돌고 스미는 물이 바다에 모여 봄내로 때묻은 허상들을 털아내고 있다 있어도 좋을 동행 자작시 2009.1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