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461

있어도 좋을 동행

있어도 좋을 동행 - 차를 하면서 - 박 영 대 혼자 걸어도 따라오는 동행 여기가 산속이게 하고 바람속이게 하고 길 멈추게 하고 지금이 전부이게 하고 앞으로의 나날이게 하고 과거에 떠난 이별이게 하고 온갖 모습 녹아들게 너른 하늘빛으로 아무나 찾아 들게 빈 한가함으로 둥글게 반듯하게 무디지 않게 모나지 않게 그릇에 담아보는 소나무 대나무 초가지붕 달빛 그리고 또.... 나누며 녹아들고 마시며 삭이고 달이면서 참고 우리며 잊고 떨어져서 부서지고 휘돌고 스미는 물이 바다에 모여 봄내로 때묻은 허상들을 털아내고 있다 있어도 좋을 동행

자작시 2009.11.29

또 다른 가을

또 다른 가을 박 영 대 나에게는 오르막 산길 같은 힘든 가을이 강에서는 바람에 땀 가시듯 출렁출렁 흘러 간다 나에게는 구멍 뚫린 상처를 남기고도 산에서는 솔바람 지나듯 삽삽하게 스쳐 간다 나에게는 청춘의 푸른 잎에 무서리 내리고는 나무에게는 정열의 단풍으로 화사하게 단장한다 한 철을 보내는 고개로 또 한번 구르는 시간들 한 고비 넘으면 나에게는 또 다른 가을 툴툴한 자갈길 버텨 지탱한 발바닥 참을 수 없는 굳은 살의 아우성 사람아 목마른 걸음걸음 마른 그 길에 물기나 한번 적셔다오 식은 피 데울 장작에다 한잔 부어 이 가을을 불 피우고 싶다 모놀로그가 어울리는 제 맞춤복 같은 가을 누군들 잠 재워 둔 자기들의 이야기들 실타래 풀어 세지 않은 밤을 깁고

자작시 2009.11.10

어린 소나무를 옮기며

어린 소나무 박영대 언제 커서 재목이 되나 목줄 채워지는 길들이기 잡풀에 채이고 밑돌에 막히고 그늘에서 헤매다 잘려 다리 꺾여도 보고 밟혀 허리 굽혀도 보고 집안으로 들어오기만 하면 재목이 되기보다 견뎌내야 할 뼈 부서지는 소리 바위틈에 뿌리 내리기 누군가의 눈에 띄기 바쁘게 길들이는 억지 때문에 어깨가 꼬여 단풍 들고 있다.

자작시 2009.1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