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482

유치원

유치원 박영대 새로 연 유치원에 하나씩 찾아 옵니다 겨울이 좀쑤신 친구들이 손잡고 모여듭니다 민들레, 씀바귀, 제비꽃, 클로버 씩씩한 민들레 언 땅을 이기고 나온 용기가 훌륭해요 저는 여행자가 되고 싶어요 가벼운 몸으로 비행선타고 어디든지 가고 싶어요 아장아장 씀바귀 아직도 추워서 입술이 파래요 저의 피는 하예요 하얀 동네에서 친구들과 하얗게 살고 싶어요 새침이 제비꽃 새옷으로 단정한 우등생 저는 바람과 살래요 옆에서 살짝 웃어 주는 바람이 나는 좋아요 부드러운 클로버 친구들 손 잡고 놀고 싶어요 저는 농부할래요 흙속에 씨 뿌리면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선생님이 햇빛 가득 안고 오시네요 봄비 선생님도. 어른들은 아직도 겨울잠에 빠져 있어요 참 재미 없어요

자작시 2010.04.14

친구 녹이는 봄비(영역)

친구 녹이는 봄비                                   박영대촉촉이 친구 소식이 젖는다꽁꽁 얼었던 두절이 이제사 풀리는갑다 습기까지 얼어 붙어 목말랐던 타박얼음 날에 베인 상처에서 눈물겨운 소식이 들린다섭씨 4도 쓰리고 차가운 피가 돈다 아직도 풀리지 않은 미안한 매듭이슬거리에 젖듯 적시어 가고 있다 겨울내내 거칠어진 낯으로늙은 손구락 같은 밭두렁을 둘러 본다 마른 피부에  일어나는 흙비늘에서는 맑은 도랑물 소리가 난다 툭툭 부러지던 마디가 굽혀지기 시작한다얼음같이 못 지킨 약속이 봄비에 녹는다  깃 세운 와이셔츠에봄볕처럼 스며들어 까실까실한 양복에 맞춰지고 있다 이제사 봄인갑다 못 푼 미안한 약속이 비가 되어 내린다.    Spring Rain Warming up My Frien..

자작시 2010.03.08

해동

해동 박영대 얼었던 변기가 뻥 뚫렸다 이렇게 시원할데가 물 내려가는 소리가 교향곡 제 6번이다 막힌 변기를 감상할 줄 아는 경험자들의 기립박수 꽉 막힌 진퇴양단이 녹아 내리는 날 불로도 녹이지 못한 겨울 여자를 2월 어느날 해냈다 건듯 2월이라는데 맬없이 지내다 순결을 잃는 달 그렇게 얼었던 처녀막이 터졌다 물소리 날리고 바람소리 흐르고 나무들 춤추고 햇빛 둘러 앉아 아리아리랑 스리스리랑....

자작시 2010.02.11

영하의 산방

영하의 산방 박영대 대설을 맞아 어릴 적 손에 쥐었던 함박눈을 생각했는데 와락 껴안은게 영하 11도다 영하가 들어오지 못하는 현직을 나와 산방에 와서 보니 영상의 현직과 영하의 퇴직을 혹독히 당하고 있다 더우면 냉방으로 추우면 난방으로 고쳐 지낸 억측에 익숙해진 몸이 온통 부적합이다 한데서 입은 채로 혹은 벗은채로 그리고 아주 조용히 잘도 견디고 있는 하찮은 것들 산 위 소나무 원래 그랬듯이 감나무 나이 먹은 관록 그대로 사철나무 울타리 젊음으로 나물쑥까지 개울가 낮춤으로 견디기 위해서 갈증을 참는다 견디기 위해서 몸을 휜다 견디기 위한 하찮은 꼬리 자름이며 난방을 해 놓고도 오돌오돌 떨고 있는 부적합 소식도 얼어 붙고.

자작시 2009.1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