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영하의 산방

아리박 2009. 12. 11. 03:59

영하의 산방

                                 박영대

 

대설을 맞아

어릴 적 손에 쥐었던 함박눈을 생각했는데

와락 껴안은게 영하 11도다

 

영하가 들어오지 못하는 현직을  나와 산방에 와서 보니

영상의 현직과 영하의 퇴직을 혹독히 당하고 있다

 

더우면 냉방으로

추우면 난방으로

고쳐 지낸 억측에 익숙해진 몸이

온통 부적합이다

 

한데서 입은 채로 혹은 벗은채로

그리고 아주 조용히

잘도 견디고 있는 하찮은 것들

 

산 위 소나무 원래 그랬듯이

감나무 나이 먹은 관록 그대로

사철나무 울타리 젊음으로

나물쑥까지 개울가 낮춤으로

견디기 위해서 갈증을 참는다

견디기 위해서 몸을 휜다

견디기 위한 하찮은 꼬리 자름이며

 

난방을 해 놓고도 오돌오돌 떨고 있는 부적합 

소식도 얼어 붙고.

 

 

 

 

 

 

 

 

 

 

 

 

 

 

 

 

 

 

 

 

 

 

 

 

'자작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은행에서 부자 만나기  (0) 2010.01.06
영등포의 겨울  (0) 2009.12.16
가을  (0) 2009.12.01
낙엽  (0) 2009.12.01
자유로  (0) 2009.1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