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영등포의 겨울

아리박 2009. 12. 16. 05:28

영등포의 겨울 / 박영대

                          

 

추위가 건달처럼 휘집고 다니는

이유 없이 굽어져 있는 길

그 길가로  먼지 쓴 유행들이 붙박이로 늘어 서 있다

 

부수고 다시 지어야 할 오래된 과거 속에는

TV에서 외면해버린 군상들이 늘어져 있다

 

부천 광명의 서울

목동 일산의  고향

 

거기 지나는 것들은  비켜 지나가고

부끄러울 것도 없는 부끄러움을 두터운 잠바 속에 감춘다

 

처진 젖가슴으로 키워온 진탕물에서

질퍽질펵하게 버틴 고목은 보호수가 되었다

 

크게 치켜뜨고 찾아보아도

높아진 시장 바닥에는 철 지난 세일 품만 고개 내밀고 있다

 

채이고 밟힌 흔적으로

척박하기에  돋보이는  아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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