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488

먹별

먹별 처제를 보내면서 박 영 대 이별인 줄 아는지하늘 하느적 손 흔드는 먹별 잘 있으시오 한번 흔들면 얼굴얼굴떠나보낼 얼굴 또 한번 흔들면 이름이름부르지 못할 이름또 한번...눈에 밟히는 손에 익은 살림살이 색바랜 말라 떨어진 자리누구로 무엇으로 채울까 흘러 흘러보라 그 시간 속을걸어걸어 보라 그 추억 속을또 한번 피워보라 그 사랑속을잊혀져라 기억의 호주머니 속에서 잘 피어서 잘 걸어보려고하얗게잘 살아보려고 아끼자 아끼자 늘 아끼자그렇게 아끼더니마지막 가슴 맺힌 한마디 작별의 말까지아끼고 가는구료 저무는 창호지 반그늘먹빛으로 멀어져가는 별꽃

자작시 2025.12.12

새벽에 떠나는 11월

새벽에 떠나는 11월 박 영 대11월이 새벽에 떠난다그리 느끼는 게 달력만 아니라 나뭇잎도 강물도 그러나보다옆지기의 제촉에 따라 나섰는데 가보니 새벽에 떠나려는 것들이여럿이다무심코 떨어져 한참을 어깨 위에 얻혀있는 끝단풍떠나갈 가까스런 마음붙이로새벽길에 아쉬워하는 걸음걸음들바람아래 파고드는 소매 틈으로눈은 닫고귀를 트인 속삭이며 떠나는 11월의 소리들

자작시 2025.11.13

농협론

농협론 박영대 로치데일에서 옮겨다 심은 인문학적 모내기못줄 띄워 논두렁 팽팽하게 펴고여든여덟 번의 아침조회를 하는 동안쌈지돈을 이월하여 저축예금통장으로 눈썰미로 시동 건 경운기바퀴 다섯박자가르치고 살기 위해 가난 땅 깊게 갈았다 팔도에서 뻗쳐나온 지게 호미 삽자루 심은 대로 싹이 되고 기르는 대로 밑이 들어우리가 작심하면 세계 제일이라는 걸 그때 알았다힘력자(力) 세 번 합치는 걸 그때 알았다 손에 들린 이론이 이 땅에 심어지고거름이 목숨 되고 작심이 북돋음 되어흰옷 바탕에 붓 가는 필치 맞춰가며반그늘 창호지에 그린 세계 속 K-Power 동방의 어짐으로 세계인 눈길 모아이제사 터 잡은 대한농민 백년대계 자~ 온 세상을 둘러보자 Cooperation이 어디에..

자작시 2025.07.27

산고

산고産苦 박 영 대 허구헌날 봄 안개가 산에다 장막을 치고가렸다 걷었다 부산을 떨고 있길래무슨 일이 일어났나 궁금했는데아뿔싸 !안 볼 것을 보고 말았다가만가만 숲속을 들여다 보았더니두릅나무 촛불 푸르게 밝히고취나물 넓게 자리 펴놓고고사리 조막손 막 산고를 치르고 있다삭풍으로 몰아세운 한 겨울홑이불로 견뎌낸 진통달 차서 마른 곳에 탯줄 낳고 있다産苦 가리려고 안개는 날마다 그러고 있었는데내가 낳은 자식도 아닌데 금줄을 넘었으니신심도 없이 대충 살아 온 불온한 마음에부정 탈가 두렵다

자작시 2025.07.04

가지의 꿈

가지의 꿈 박영대 인연 한 방울 튕겨나간 바람의 검지손가락솟구치는 한숨이나 편히 쉴까 의심스럽다가지저귀는 시냇물 곤히 흐르는 봄잠을 흔들어햇볕 쪼아대는 부리의 발아 충동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길나서는 연한 스카프강보에 싸인 바람 민낯 차림으로 어디 가서 누구를 만나려고눈망울에 어리광 찍어 발랐을까 우물가에서 이름을 묻고우산 속에서 눈맞은 소꼽 빗소리 장단저층 살아도 동쪽으로 터진 새벽 중저음 소리통묵은 몸통에 갓초록 갈증을 받아 챙긴다 저리 흔들 휘이청 담 넘는 꼽발 딛고 서서푸른 단추 구멍 하나 풀어내고 오래된 흠집이 꼼꼼한 싹터였구나 멈추지 않는 제철속도에 맞춰진 자율주행눈썹 구름으로 시늉하는 입질 마다하고 물안개 화면에 핀 날개자리꽃열두 ..

자작시 2025.04.03

여명

여명 박영대 밤을 갈아 어둠 닳아질 때까지아홉 색깔 굴곡을 지나적적 씻어내고 한 말씀만으로 채워지기를신명 난 하루치 부스럭 깨움이 될까 날빛이 건너 뛰는 작동의 뿌리내딛는 발자국 내어주는 허락숨쉬기 시작하는 세월이 맡긴 씨앗들결코 해내야하는 꼼지락 하나 집어든다 해에게서 받은아침을 구하는 하루치의 공식그때를 그곳으로 곱해서둥글게 얻어진 오늘 누구 몸에 맞는 외출 차림인가 찾다가 밝히는말씀의 첫 발

자작시 2025.03.15

설곡몽

설곡몽 박영대 알아서 건너 뛰었을까어쩔 수 없는 현해탄 파고 그때의 삶이었고 그때의 나라였다시계를 빼앗긴 세상에서 제깍거리는 숙명으로교실 칠판 앞에서 시간표와 마주 서다 겨울 바람을 풀어 하얗게 피어낸 눈물꽃눈물로도 못치른 계절 몫에는 살을 에이는 바람이 불고흐드러진 벚꽃 씨름판에서 나라 빼앗긴 설음이 밑천이었다언 손으로 키워낸 새싹은 얼마이었던가 한눈 팔 틈조차 없이손에 감아쥔 퍼런 서슬 하나로 외줄버티기안에다만 감춰두고 들키기 싫은 뼈돋친 바람가시한참 지나고 나서야 눈에 밟히는 말하지 못한 그때 침묵들 낯익은 얼굴로 피어나 꿈이 될 때까지다그치고 다그치는 소리소리, 매서운 소리한 데서 몰아치는 북서풍에 손 시리다 그때의 인고 없었으면그때의 부끄러운 ..

자작시 2025.03.01

아침이 낯설고

아침이 낯설고 박 영 대 뛰어내린 정수리 앞으로 출렁어스름 쩍 벌어진 맨살 드러낸 빛길첫날의 옷 마중 누구보다 일찍 트인 파각의 눈어디보다 일찍 맞댄 살점의 촉어제 석양이 주저였다면오늘 주저는 낯선 설익음 별에서 걸어나와 생각지 못한 쪽으로새로 그어진 궤도 이탈선달은 숲에서 싹틔운 비탈진 여정의 나이를 까먹는다 밤을 끓여지핀 시간의 용해온도땅빛 터 잡을 뿌리들의 자작소리 지금까지 없는첫 이름 캐물어 찾아나서는 낯선 시작

자작시 2025.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