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461

월정리역에서

월정리역에서 박 영 대 절반을 내주고도 구속 받는 절반의 자유 매달린 절반의 국기봉에서 반만 펄럭이고 반쪽 철조망에 걸려 절름거리는 절반의 바퀴 철길을 따라 무심코 찾아왔었을 뿐인데 동강 난 철도 위에 나딩구는 반 세월의 뼛조각 혈육을 부르는 기적은 빈 역에 주저 앉아 넋 놓고 있구나 마디마디 새겨진 비문 읽고 있는 풀꽃 왔다가 돌아가지 못한 안부는 기다리는 가족에게 못 먹은 떡국으로 불어터지고 빤히 보이는 고향땅 전해줄 우체통이 없어 철마다 꽃색으로 쓴 편지 피었다가 진다 풀밭에 꺾인 뿌리 내린 청춘의 발자국 뚫리고 조각 나 찌그러진 녹 슨 망각들 숨이 끊긴 칸칸 철도원 망치로 땅땅땅 살려내 모르는 처지도 아니고 고철값은 후하게 쳐 주마

자작시 2022.10.03

투와 함께 꿈을

투와 함께 꿈을 / 박영대 - 차돌 석영 투 바람이 숨 고르는 언덕에 올라 하루를 개고 투를 지나 여는 새 날 작은 손짓을 따라 반짝 빛을 열면 눈 비비고 일어나는 새벽별 꿈에서 덜 깨어난 아기별 숨소리 꿈결에 찾아온 별의별 이야기들 별은 이불속으로 꼬옥 숨어 들어와 함께 투각 놀이 해보자는 별 일 차돌은 자연스런 수마가 어려운 돌이다 육각면에 각이 살아있어 수마가 어렵다 이 돌은 하선암 계곡에 찾았는데 수마상태가 좋다 형태가 굴곡이 진 언덕에 저 쪽 하늘을 바라 볼 수 있는 투가 있다 석영은 실리카 또는 이산화규소sio2로 구성된다 지구 광물 중에서 장석 다음으로 많다 크리스탈 수정이라고 불린다 자수정 황수정 연수정 장미석영 등이 있다 풍화에 대한 저항력이 매우 강하다 석영은 2가지 형태가 있는데 57..

자작시 2022.09.24

돌 아리랑

돌 아리랑 박 영 대 세상 흔하디 흔한 게 돌이지만 무심의 발끝에 채이는 게 돌이지만 입 떨어진 모어처럼 너무 쉽게 여기지만 채이는 아픔 안으로 굳힌 가슴 응어리 얽히고 설킨 살 풀어내는 살아있는 철인 배워도 배워도 비어있는 잡아도 잡아도 흔들리는 다져도 다져도 무른 가벼움 그저 무게 하나로 중심을 잡는다 인연에서 인연으로 만난 기다림 윤회에서 윤회로 만난 시간 사람 중에 사람 만난 반가움 미감 만져보고 원음 들어보고 선 그어진 그대로 철리를 듣는다 이제껏 돌보다 더한 그리움 본 적 없고 돌보다 더한 고요 들은 적 없고 돌보다 더한 사랑 본 적 없고 돌보다 더한 도덕 배운 적 없다 이 자리에서 태고까지 얼마나 파야할까 발 디딘 자리에서 시간을 판다 켜켜이 쌓인 말씀이 쏟아져 나온다 석수만년 나이가 세어진..

자작시 2022.09.16

천제단 7광구

천제단 7광구 / 박영대 생신상 4361번째 단군 할아버지, 이번만은 저희가 지킵니다 당신이 짚은 개천의 땅 한반도 백두대간 허리 이어진 바닷속까지 솟으면 명산이요 흐르면 곡수인 줄 미리 점지한 천부삼인 그 은혜 누리며 살았습니다, 지금까지 수 천년이 물을 따라 흐르고 또 누 천년이 산을 넘어도 가슴으로 품어준 가없는 음덕 단군할아버지 긴 눈썹 눈썰미까지 수 천년 물을 따라 흐르고 또 누 만년 산이 솟아도 가슴으로 품어준 가없는 음덕 단군 할아버지 지팡이에 복 받은 땅 지지리 못난 탐욕 무리 하늘 무서운지 모르고 덤비다가 그리 혼쭐나 당하고도 아직도 아둔한 바다 끝 모서리 크다만 섬나라 금수강산이 전부인 줄 알았는데 미처 알지 못했던 바다 밑에 숨겨둔 선물 7광구 고기 기르는 밭인 줄 알았는데 이제사 속..

자작시 2022.09.14

역사의 어머니

역사의 어머니 박 영 대 등불 끈 어둠속에 손끝이 익힌 떡썰기 칼날 예리한 떡발 붓발 휘갈기는 글발 먼저 죽는 아들의 수의 꿰매는 바늘귀 구걸하는 삶보다 떳떳하게 죽으라 숨 끊긴 시루섬 입다문 마을 어깨띠 성벽 살려야한다 큰 함묵 소리없는 남한강 울음 역사 페이지 채우는 몸소 눈물 그릇 한석봉의 어머니 안중근의 어머니 시루섬의 어머니 *** 시루섬의 주인공 최옥희 여사는 지금도 그 공포와 회한 가득한 한 많은 삶을 살고 있다

자작시 2022.08.25

맴맴

맴맴 투명한 배색으로 농도 짙은 오르막 오후 도시 공원에 휴가 받지 못한 불만들이 소음을 탓하지 않고 식욕을 먹어 치운다 틈틈이 하늘이 얼굴 내보이는 건 소리로 찢겨진 구름의 속살 높게 나는 맹금류는 더위를 모르는 냉혈족 보이는대로 거침없이 숨통을 겨눈다 숨어야하는 본능에 역행하는 들어주는 이 없는 아우성 몸짓 그럴지도 모르고 그렇다고 일단 말만 그렇게 해 놓고 그렇지 않게 돌아가는 일상

자작시 2022.08.04

7광구의 심장소리 현대작가 제 12호

현대 작가 제 12호 > 제목 : 7광구의 심장소리 박 영 대 어마어마한 사건이 우리 코앞에 다가오고 있다 2028년은 한일대륙붕공동개발협정이 만료되는 기한이다 이 협정은 1978년 조약 발효되어 50년 시한으로 체결되었다 이 협약의 대상이 바로 대륙붕공동개발구역 7광구다 7광구에는 천연가스 매장량이 사우디아라비아의 10배 원유 매장량이 미국의 5배 지구상에서 가장 큰 유전(천연 석유 자원)이 묻혀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추정이 확인되고 재차 3차 확인되고 있다 이를 눈치 챈 일본은 이런 저런 핑계를 대고 7광구 개발을 훼방 놓고 있다 얼마 전까지는 연안 대륙붕설에 의해 영해를 인정하여 왔는데 최근에 와서 연안에서 200해리설이 유력해지고 있다 7광구는 대륙붕설에 의하면 제주도 남쪽으로 이어진 대륙붕이..

자작시 2022.07.07

임진강 수석 투 한 점

임진강 수석 투 한 점 박 영 대 임진강변에서 구멍 뚫린 수석 하나를 주웠네 뻥 뚫린 투가 시원하네 몇 날 몇 일을 다듬었네 씻고 닦아서 첫날 밤을 보내고 남과 북을 일곱개의 별자리에 맞춰 좌대를 세웠네 남한강 투에서는 새 까망 오석미를 보네 낙동강 투에서는 부엉이 눈을 보았네 조선의 솜씨를 넘어 신의 경지를 생각하네 뚫린 길로 내다 보이는 물 씻긴 역사를 생각하네 임진강 투에서는 민족을 보네 가로 막은 3.8선을 보네 뚫린 남과 북 대동강 능라도 수양버들이 출렁이네 금강산 만물상 묘향산 향로봉에 흰구름 흐르네 심장 판막을 열어 혈연의 대동맥이 뛰네 풍화의 세월 가늘게 버티고 서서 뜨겁게 피 흐른 유구한 이 길로 통일이 출렁출렁 흘러내리네

자작시 2022.0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