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477

날개를 펴고

날개를 펴고 박 영 대 어느 만큼 멀리 어느 방향으로 얼마나 가느냐 어떻게 사느냐 늘 궁금했던 흙에서 싹 튼 좁쌀 크기만한 의문부호가 계속 묻고 있다 처음으로 뿌려진 땅에서 줄기에 묶인 눈시울들 낯선 언어를 부리로 쪼는 새로운 맛깔의 향신료들 움츠린 옷차림 늘어진 신발 말아올린 중력 빈 속 달팽이관이 어지럽다 혼돈이 장착된 시간에 순응해가는 소통의 심장박동수를 헤아려 본다 먹거리 볼거리 꿈거리 준비해둔 공중의 저장창고 새의 머리를 닮아 눈이 둥글어진다 세월이 꺾인 자리마다 모난 예각을 망각처럼 둥글게 갈아다오 뛰어 올라 날고 있는 지금 준비한 바닥을 떠받치는 대들보 말씀처럼 살아가는 처신을 토닥인다 땅 딛고 서서 떨치지 못한 짐꾸러기 오백 심장 박동이 함께 날아 올라 해묵은 잿빛 그늘을 태우고 10센치미..

자작시 2023.09.07

돌이 흐르는 강

돌이 흐르는 강 박 영 대 곡선의 흐름을 어디서 알았겠는가 흐르다보면 뼈에 살이 파이는 줄 손가락 잘 구불어지는 마디와 호흡 목마른 날개들 허기진 발톱들 한 시도 떠날 수 없는 비늘들 흐르면서 목숨을 거저 얻어 입는다 하루도 그냥 넘기지 않는 일기를 쓴다 기둥을 세우고 배 속을 채우고 바닥에는 흔적을 역사로 남기고 강변에서 보고 들은 무수한 인연과 피고 질 줄 아는 피돌기는 상처에서 배운다 생소한 말들이 계절마다 피어나고 굽어진 강줄기에 늘 새로운 풍경이 열린다 모두 치밀한 강속에서 보고 듣고 따라한다 세월이 자고 일어난다

자작시 2023.08.06

칠월 풍경

칠월 풍경 / 박영대 치맛끈 풀어 감싸맨 산안개 덜큰 달빛 포대기에 돋은 눈망울을 닮았다 촉촉한 푸른 늘상이 단풍 들 줄 모르고 나대는 흙탕물 대기선에 꿈틀거리는 꾹 참고 키운 성장통은 한 해 성벽이 되고 박혀있던 돌뿌리도 들썩들썩 대놓고 사정 없이 뿌린 인정머리가 가물다 허공 밑바닥 움켜잡은 속 쓰린 풍경 흰 속 뼈 드러난 채 눈에 띤 낮은데로 세상, 그냥 되는 게 없다는 걸 알아라 달력에다 반쯤 그려놓고 간다

자작시 2023.07.27

수석 자리

수석 자리                                                                      박 영 대 살아 있다고 말하려니거기까지는 내가 아직 미치지 못한 것 같고 안 살아 있다고 하려니살아 있는 것 중 이보다 더 생생한 게 없고 죽어 있다고 말하기엔죄송스러워 차마 입 밖으로 꺼낼 수가 없다 수만 날보다 더 고르고 고른 인연여태껏 많은 사람 만나 보았지만 내 곁 가까운 자리는 돌자리

자작시 2023.04.28

샛강2

샛강2 박 영 대 짧은 오리는 수심에서 놀고 긴 두루미는 강가에서 논다 빌딩은 밤을 태우려 입술 붉게 바르고 제 세상인양 주장을 내세우고 잔디는 강물 옆에 누워서 자박자박 가냘픈 몸으로 시대를 때우고 있다 본류에서 벗어난 그들의 목소리는 원론에서 한 발도 들리지 않는가 체면 깎이는 사회면 잡동사니 억지로 출렁이는 다급한 구급소리 굶어도 잠수하지 않는 목이 긴 자존심 틈새로 비친 불빛은 거꾸로 비친 통론을 되새김하고 있다 위리안치된 갯뻘들의 설정 구역 하고 싶은 말 꾹 참으며 다독이고 있다

자작시 2023.03.19

샛강

샛강 박 영 대 번쩍 들어 올린 한강나루에 들이민 입술 유람선 지하철 어화둥둥 출구 토종이 팔딱이는 물밑 스카이라인 남북에서 당기는 팽팽한 다릿심 허벅지에 힘 풀린 적 없습니다 해와 달, 하루치 땀 흘리고 어둠이 옷 찾아 입으면 밤하늘 별빛 밤 빌딩 불빛 밤 연인 눈빛 샛강으로 건너와 휴 *이 원고는 한국문인협회 메일로 보냈습니다(klwa95@hanmail.net) *박영대 531218-1655026 계좌번호 농협 094-02-207541 (박영대)

자작시 2023.03.17

상고대 출정

상고대 출정 / 박영대 무지개가 부러워하는 여왕의 마지막 휘장 찬 바람 커튼 사이로 창검 소리 빛나는 열병식 등고선따라 줄 선 연병장 얼굴들 새 잎처럼 발원으로 피어난 은빛 표정들 연필 글씨 위에 무채색 대지를 평정하노라 하나씩 둘씩 더불어 정성으로 돋아나고 추운 변신이 시작이라는 걸 왜 몰랐을까 어느새 커서 부끄럼 알게 될 때까지 녹아내리지 않을 흰 피 같은 동심 가슴에 품은 묵직한 햇살 한 가닥씩 주체하지 못하고 안개 속으로 이어진 각자의 길 찾는다 아는 길이라곤 역사에서 본 살았던 자들의 발자국 좇아서 북극 하얀 북소리를 얼려 보무 당당히 앞장 선다 기다려라, 석양까지는 시간이 없다 출정은 새벽이다 생과 사 구분없이 예리한 승자로 돌아올 때까지 그대에게 씌울 왕관이 있다 충성스런 대지의 병정들이여

자작시 2022.12.31

짜잔~ 짜잔짜! 첫눈

짜잔~ 짜잔짜! 첫눈 박 영 대 눈 올 때가 되었는데 좋은 소식 없을까 찹쌀떡 닿소리 찰지게 찧어 홀소리 옆에 조심조심 다가가 내려놓는다 바늘 끝 궁리 끝에 날짜 받아 찾은 짝의 자리 반가운 소식 하나 만들어 내려고 카타르에서 우랄알타이를 넘어 동해에서 발목을 풀고 한 밤중 해를 건져내 서방을 향해 걷어차다 잠 덜 깬 축구공은 이미 골을 만들어냈고 동 트는 새벽에 와글와글 출렁거리다 하얗게 익은 월드컵 16강 대~한민국 짜잔~ 짜잔짜!

자작시 2022.1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