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480

루이의 돌날에

루이의 돌날에 박영대 루이 돌날 아침에 지구본 돌려가면서 프랑스 브라질 일본 한국을 찾아 금 이어본다 지구 한 바퀴 4만 km 태어나면서 지구공을 다 품었구나 동서남북 남녀노소 상하좌우 인의예지 세상이치는 넉자원리로 되어 있다는데 아버지 할아버지 친고국 외갓집고국 사방 꼭지점을 돌며 몸에 밴 넉자원리를 혈연으로 흙으로 몸으로 사랑으로 알게될 루이 세상 너의 성장을 흙에 심는다 너의 미래를 하늘에 날린다 그렇게 손잡고 세계 한 바퀴 돌아본다 **** 2023년 11월 10일 (돌행사 11월 4일) 루이의 돌맞이를 축하하면서 아빠 에드가 마에다 💕 엄마 문은정

자작시 2023.11.03

작년 이맘때도

작년 이맘때도 박 영 대 할 말 가슴에 넣고 익힌 하늘재에서 바람 머뭇거리는 어덕진 황소나무가 그 길로 못 오른 꼭데기 솔잎으로 그려넣고 사철 지나고 난 흔적들 그리다 그만 둔 비우지 못한 작심을 들이밀고 목이 쉰 작년에 그 대목이다 파장은 그때 눈물진 다래손 그물망 별 사이로 오솔길 한 궤적 그어 놓고 아직 말도 못 꺼낸 다짐이야기 그 맘때라고 큰 맘 먹고 말해볼래도 맘만 바쁜 고삐 감아잡고 보채는 내내 달려온 골바람 체증 한 다발 이 때만 되면 도지는 할 말 없음

자작시 2023.10.20

파편

파편 / 박영대 천년을 갈고 문지르면 눈물을 갈아낼까 무엇을 말하려다 눈감고 말았을까 누구를 그리 치성으로 견디고 있을까 알 수 없는 의문이 날개로 퍼득이는 화강암 파편 튀르키예 둔덕에서 승리의 다짐을 만난다 단번에 드러나는 인연의 손 그 끝에 눈물이 들려 있다 아무도 흘릴 수 없는 눈물을 아무데서나 새겼을까 깨지다만 천년 부스러기들이 스스로인 양 폐허로 서 있다 누구의 천년은 알 수 없어도 갈린 눈물의 속내는 알 수 없어도 바로 엊그제 엊그제로 살아난 천년이 조각조각 부서져 생생하게 보듬고 있는 마모된 눈물의 시간차

자작시 2023.10.03

날개를 펴고

날개를 펴고 박 영 대 어느 만큼 멀리 어느 방향으로 얼마나 가느냐 어떻게 사느냐 늘 궁금했던 흙에서 싹 튼 좁쌀 크기만한 의문부호가 계속 묻고 있다 처음으로 뿌려진 땅에서 줄기에 묶인 눈시울들 낯선 언어를 부리로 쪼는 새로운 맛깔의 향신료들 움츠린 옷차림 늘어진 신발 말아올린 중력 빈 속 달팽이관이 어지럽다 혼돈이 장착된 시간에 순응해가는 소통의 심장박동수를 헤아려 본다 먹거리 볼거리 꿈거리 준비해둔 공중의 저장창고 새의 머리를 닮아 눈이 둥글어진다 세월이 꺾인 자리마다 모난 예각을 망각처럼 둥글게 갈아다오 뛰어 올라 날고 있는 지금 준비한 바닥을 떠받치는 대들보 말씀처럼 살아가는 처신을 토닥인다 땅 딛고 서서 떨치지 못한 짐꾸러기 오백 심장 박동이 함께 날아 올라 해묵은 잿빛 그늘을 태우고 10센치미..

자작시 2023.09.07

돌이 흐르는 강

돌이 흐르는 강 박 영 대 곡선의 흐름을 어디서 알았겠는가 흐르다보면 뼈에 살이 파이는 줄 손가락 잘 구불어지는 마디와 호흡 목마른 날개들 허기진 발톱들 한 시도 떠날 수 없는 비늘들 흐르면서 목숨을 거저 얻어 입는다 하루도 그냥 넘기지 않는 일기를 쓴다 기둥을 세우고 배 속을 채우고 바닥에는 흔적을 역사로 남기고 강변에서 보고 들은 무수한 인연과 피고 질 줄 아는 피돌기는 상처에서 배운다 생소한 말들이 계절마다 피어나고 굽어진 강줄기에 늘 새로운 풍경이 열린다 모두 치밀한 강속에서 보고 듣고 따라한다 세월이 자고 일어난다

자작시 2023.08.06

칠월 풍경

칠월 풍경 / 박영대 치맛끈 풀어 감싸맨 산안개 덜큰 달빛 포대기에 돋은 눈망울을 닮았다 촉촉한 푸른 늘상이 단풍 들 줄 모르고 나대는 흙탕물 대기선에 꿈틀거리는 꾹 참고 키운 성장통은 한 해 성벽이 되고 박혀있던 돌뿌리도 들썩들썩 대놓고 사정 없이 뿌린 인정머리가 가물다 허공 밑바닥 움켜잡은 속 쓰린 풍경 흰 속 뼈 드러난 채 눈에 띤 낮은데로 세상, 그냥 되는 게 없다는 걸 알아라 달력에다 반쯤 그려놓고 간다

자작시 2023.07.27

파국, 아무 것도 아닌 것이

파국, 아무 것도 아닌 것이                                                                           박  영  대냉냉하게 말라 비틀어진 허물을 끄집어내다 활기 피어낸 제철 꽃일수록 실한 뿌리가 먼저이고 오른손 있는지도 모르는 왼손왼손 있는지도 모르는 오른손같이무거우면 양손으로 함께 들고좋으면 두 손 마주쳐 박수로 응원한다왼손 가려우면 오른손으로 긁어주고오른손에 티 묻으면 왼손으로 닦는다 그냥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삼국시대부터 사설시조에 깔린 궁중 암투 전래설화로 들어온 망국 의 당파론)선죽교에서 '파'자 한 자 튀어나와 말끝머리 좌에 붙고 우에 붙어죽기살기로 찔러버린 편가르기동서로 남북으로 금 그은 그때부터 걸음마 배울 때 몸에 밴 우애도 ..

자작시 2023.07.01

수석 자리

수석 자리                                                                      박 영 대 살아 있다고 말하려니거기까지는 내가 아직 미치지 못한 것 같고 안 살아 있다고 하려니살아 있는 것 중 이보다 더 생생한 게 없고 죽어 있다고 말하기엔죄송스러워 차마 입 밖으로 꺼낼 수가 없다 수만 날보다 더 고르고 고른 인연여태껏 많은 사람 만나 보았지만 내 곁 가까운 자리는 돌자리

자작시 2023.04.28

샛강2

샛강2 박 영 대 짧은 오리는 수심에서 놀고 긴 두루미는 강가에서 논다 빌딩은 밤을 태우려 입술 붉게 바르고 제 세상인양 주장을 내세우고 잔디는 강물 옆에 누워서 자박자박 가냘픈 몸으로 시대를 때우고 있다 본류에서 벗어난 그들의 목소리는 원론에서 한 발도 들리지 않는가 체면 깎이는 사회면 잡동사니 억지로 출렁이는 다급한 구급소리 굶어도 잠수하지 않는 목이 긴 자존심 틈새로 비친 불빛은 거꾸로 비친 통론을 되새김하고 있다 위리안치된 갯뻘들의 설정 구역 하고 싶은 말 꾹 참으며 다독이고 있다

자작시 2023.03.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