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파국, 아무 것도 아닌 것이

아리박 2023. 7. 1. 06:55

  파국, 아무 것도 아닌 것이
                                       
                                   박  영  대



냉냉하게 말라 비틀어진 허물을 끄집어내다
 
활기 피어낸 제철 꽃일수록 
실한 뿌리가 먼저이고 
오른손 있는지도 모르는 왼손
왼손 있는지도 모르는 오른손같이

무거우면 양손으로 함께 들고
좋으면 두 손 마주쳐 박수로 응원한다
왼손 가려우면 오른손으로 긁어주고
오른손에 티 묻으면 왼손으로 닦는다
 
그냥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삼국시대부터 사설시조에 깔린 궁중 암투 전래설화로 들어온 망국 의 당파론)
선죽교에서 '파'자 한 자 튀어나와 
말끝머리 좌에 붙고 우에 붙어
죽기살기로 찔러버린 편가르기
동서로 남북으로 금 그은 그때부터
 
걸음마 배울 때 몸에 밴 우애도 촐개버리고
반 만년 심어 키운 한 핏줄 민족의 뿌리에 
'당파' 그것이 무엇이관데
혈육 깊숙이 칼 그어 대는가
 
많으면 많다고 우기고
적으면 적다고 우기고
사사때때 고집으로
시시건건 억측으로
 
좌우도 아닌 것이 좌우를 선동하고
진보파당 보수파당 망해가는 분란
갈기갈기 찟기고 피흘린 우리끼리 반목
아무것도 아닌 것의 중상모략 혀놀림
 
역사 역사 역사속에서 너무 많이 봐 왔다
왼쪽을 왼쪽으로 보지 않고
오른쪽을 오른쪽으로 보지 않고
뻔히 망할 역사를 얼마나 더 읽어야할까

 

타협없는 몽고반점  
한글 사전에서
파내버리자
좌파 우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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