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편 / 박영대
천년을 갈고 문지르면 눈물을 갈아낼까
무엇을 말하려다 눈감고 말았을까
누구를 그리 치성으로 견디고 있을까
알 수 없는 의문이 날개로 퍼득이는 화강암 파편
튀르키예 둔덕에서 승리의 다짐을 만난다
단번에 드러나는 인연의 손
그 끝에 눈물이 들려 있다
아무도 흘릴 수 없는 눈물을 아무데서나 새겼을까
깨지다만 천년 부스러기들이 스스로인 양 폐허로 서 있다
누구의 천년은 알 수 없어도
갈린 눈물의 속내는 알 수 없어도
바로 엊그제
엊그제로 살아난 천년이 조각조각 부서져
생생하게 보듬고 있는 마모된 눈물의 시간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