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482

진달래 한 대목

진달래 한 대목                                      박 영 대 다가와 닿을락 말락 큰애기들큰 키에 긴 머리 양 갈래 꽃리본 달고집에만 있을 수 없어 산으로 산으로 앳된 눈짓으로 불러낸 그 중 한 걸음 꼭데기무더기로 몰려 다니는 개나리 벚꽃 그런 애들 말고혼자 필 때 놓고가는 꽃잎 속 전화번호볼펜으로 눌러 쓴 길쭉한 손가락 다짐은 언제까지 기다려줄 건가요양지 곁에 돋아나 열었다 닫은 핸드폰 망설임은 몇전째인가요아직 찬바람 따라 대문 밖으로 숨어 나간 눈총은솟을 담 뒤에 까치발 들고선 발소리엷은 차림으로 알아차린 채색 구름은 벌써 홑날개나만 알고 누르는 숫자가 벌벌 떨고 있는데디자인도 컬러도 반은 니 생각으로 입고또, 아직 모르는 너의 반으로 나머지 채우다가 남보다 먼저 얼굴 ..

자작시 2022.04.06

껍질 속

껍질 속 박 영 대 오늘도 너만은 믿는다 의심으로 시작하는 하루 일과 눈물이 배지 않는 웃음을 의심하고 대륙을 돌아온 철새의 행적을 의심하고 웃고 있는 메뉴판을 의심하고 무백신 접근을 의심하고 걸려온 전화번호를 의심하고 단 한가지 껍질은 의심을 숨기지 않는다는 믿음은 아직 깨지지 않았다 식물성 껍질을 믿는 것처럼 내일도 믿고 싶다 너에게 다가가는 마지막 안심선

자작시 2022.01.17

새해 일출에서 만난

새해 일출에서 만난 박 영 대 한 해 다짐을 위해 해가 뜨는 언덕에 왔네 일출 명소를 피해서 혼자만 알고 있는 곳으로 구불구불 왔네 수백 명이나 되는 새해맞이 부지런쟁이들 세상에는 혼자만 알고 있는 것은 없네 희망이라고 쓴 마스크들 착한 일을 하고 싶은 첫 날 무슨 도움거리를 찾는 참 좋은 당신들 처음 만났어도 햇살처럼 다정하네 한 겨울 신새벽인데도 오늘은 따뜻하네 새 해를 보러 온 당신은, 하늘을 믿는 당신은 하늘 무서운 걸 아는 사람 참 좋은 사람들 만나고 주억거리 하나 주워서 가네

자작시 2022.01.01

영등포 왜곡

영등포 왜곡 박 영 대 위장한 03번 마을버스가 가로수 등 뒤로 숨바꼭질하는 굽은 길 잎이 진 프라다나스 새집에는 어중간한 표정들이 세 들어 산다 토요일 경마장 긴 줄에 늘어선 한 탕을 믿는 눈치들 한 주를 만회할 그때만은 재수생보다 성적 순위에 민감하다 몸통만 남기고 잘린 겨울 채비가 한껏 부푼 외출중이다 한 달 간의 댓가에 만족 못하는 5번 출구 어중간한 신발들 그곳이 그곳을 벗어나지 못하는 쳇바퀴 도는 활동반경 노트북을 노트라고 연필을 준비하는 현실적 시대 착오 눈치 빠른 철새들은 강남으로 다 빠져나가고 어중간 알량들만 청과시장에서 팔도 사투리를 씨부리고 있다 넓은 잎으로 가려왔던 부끄러움이 숨길 수 없는 흔적으로 묵직하게 아문 이력이 곳곳에 남아 팔 다리가 울퉁불퉁하다 막 살아온 그늘에 고향도 없..

자작시 2021.12.20

백마고지에서 읽는 시 한 편

https://www.youtube.com/watch?v=hFSGRvUwfY8 백마고지에서 읽는 시 한 편 낭송 영상. 박영대 백마고지에서 읽는 시 한 편 박 영 대 어느 집 아들이었을까 백마고지 참호 속 시가 되어 돌아온 이등병 70년간 꺼내지 못한 전장의 시를 뼛조각으로 생생하게 쓰고 있다 쏘다 남은 실탄 스무 발을 제 나이처럼 한 해 한 해 세고 있는데 누구의 오빠였을까 여인의 손 잡고 떠나올 때 걸어준 동그란 다짐 한번 내어준 사나이 약속 전쟁이라고 꺾일 수는 없다 폭음 속에 불렀던 마지막 반지의 이름 포연 속에 생생한데 제목도 알 수 없는 어느 피 끓는 시인이었을까 쏟아지는 포성 위에 만년필이 써 놓은 애국 시 한 편 날아드는 이념의 포탄 숫자는 아직도 다 쓰지 못한 바람 끝 역사 쪽지에 쓴 주..

자작시 2021.12.06

새벽의 귀퉁이

새벽의 귀퉁이 박 영 대 몸에 맞춘 별빛자락을 들쳐입고 새벽에 이끌려 간다 안개는 열차 호주머니 속 유년을 꺼내 바스락거린다 낯익은 이름은 겨를도 없이 가까운 풍경처럼 스쳐 떠나가고 엊저녁 먹다 남은 달빛은 일찌감치 일어나 앞장선다 주름이 피어 앉은 가방에는 선잠을 깨운 이유와 궁금할 것도 없는 도착시간이 달랑거리고 있다 허기진 계절과 흠집 난 여정을 챙겨 나온 어둑어둑한 시간 입김이 펼친 유리창에 눌러 써 보는 손가락 글씨 뭉친 앙금에서는 달방울별방울 어둠 엷어지는 소리 쫓기는 여명의 페이지에 꽂혀있는 책갈피의 위로 곧게 뻗은 직선은 내가 입었던 어울린 옷이었을까 읽다가 접어둔 그 대목은 어느 역 이름이었는지 흔들리는 시간에 떠밀려 함께 흔들리는 검푸른 질주 낯선 체면들이 얼굴 트고 구석진 이야기 꺼내..

자작시 2021.11.07

수군을 모집합니다

수군을 모집합니다 박 영 대 ㅇ 모집 공고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 움직일 수 있는 자, - 말할 수 있는 자, - 한글을 읽고 쓰는 자, - 충심의 여분이 남아있는 자 모이라! ㅇ 모집 시한 : 2028년 (시일 촉박함) ㅇ 모집 대상 : 대한민국 남녀노소 ㅇ 특별 우대 : - 경제인 - 시인 소설가 예술가 - 체육인( 메달 수상자 ) - k-pop 아이돌 가수 국악인 - 영화감독 PD - 충무공의 부하가 되겠다는 의지가 강한 자 ㅇ 특별 제한 - 정치인 ( 엄선할 것임으로 차출이 어려움 ) ㅇ 복무 소속 - 7광구 지킴 사령부 ㅇ 예우 : 독립운동가 예우 ㅇ 복무 방법 - 자기 위치에서 자기 장르에서 자기 방법으로 7광구 지키기에 참여합니다 - 7광구 지키기는 제 2 독립운동입니다 - ● 국가 자산인 ..

자작시 2021.10.28

지켜내자, 그 혼

지켜내자, 그 혼 - 7광구의 심장소리 박 영 대 2028년이 달려온다 붉은 망태 둘러매고 달려온다 바퀴로 한나절 날개로 날면 한 시간 좁은 국토가 천추의 한이였다 뀀에 빠진 날랜 파도의 초침소리 시한의 속임수 저벅저벅 다가온다 혼으로 부른 이어도 아리랑 일찌감치 곳간의 입 다문 깊숙한 유산 후손 먹여 살릴 생각에 삼가고 아껴왔다 지켜야 한다 이순신 장군 불러다가 지켜야 한다 틈을 노리는 이리떼 찢어진 눈 날고기 기름 냄새 맡고 몰겨든다 배를 띄우자 큰 배를 띄우자 누구도 넘보지 못할 큰 쇠배를 띄우자 우리 땅 우리 바다 우리 하늘 싣고 가서 만석궁 바다 들판 우리 7광구 그 바다 창창한 심장 위에 학익진을 펼치자 한다면 끝까지 하고 마는 태극 손기술 핀다면 기어이 피고 마는 무궁화 기운 7광구 지킬 태..

자작시 2021.10.27

여름의 틈새

여름의 틈새 / 박영대 바람에 말아먹는 저녁식사 중 하늘을 묻힌 구름이 생솔가지 먹성을 키운다 꼿꼿한 들판에 보란 듯이 땀 흘린 땡볕이 자고 나면 새로운 허물을 저만큼 불리고 있다 풀벌레 왕왕거리는 날개를 알겠다 출출하던 호박잎의 크게 벌린 허기 간장독 별빛 떠와 상추쌈 떠들고 오므려 노곤을 지낸 긴 오후의 빈속을 다독인다 그늘을 찾아 더위 틈으로 별을 그어 잇던 흔들다리 삼년 전 그때 틈으로 쇠기 전에 클 옥수수 무릎마디 끼워 넣고 상처까지 쉬 아무는 습습한 연습벌레들 지금은 엉성해도 덩굴처럼 한창 몸집 불릴 때 먹성도 거침도 품어 키우는 헤픈 치마폭 소식 그치고 참아온 왕래도 몸에 배어가는 한 자리에서 작심만 키운 초목성 시간 때우기 덥네덥네 해도 먹을 건 다 찾아 멕이고 짧네짧네 해도 치마가 짧은 ..

자작시 2021.0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