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달래 한 대목
박 영 대
다가와 닿을락 말락 큰애기들
큰 키에 긴 머리 양 갈래 꽃리본 달고
집에만 있을 수 없어 산으로 산으로
앳된 눈짓으로 불러낸 그 중 한 걸음 꼭데기
무더기로 몰려 다니는 개나리 벚꽃 그런 애들 말고
혼자 필 때 놓고가는 꽃잎 속 전화번호
볼펜으로 눌러 쓴 길쭉한 손가락 다짐은 언제까지 기다려줄 건가요
양지 곁에 돋아나 열었다 닫은 핸드폰 망설임은 몇전째인가요
아직 찬바람 따라 대문 밖으로 숨어 나간 눈총은
솟을 담 뒤에 까치발 들고선 발소리
엷은 차림으로 알아차린 채색 구름은 벌써 홑날개
나만 알고 누르는 숫자가 벌벌 떨고 있는데
디자인도 컬러도 반은 니 생각으로 입고
또, 아직 모르는 너의 반으로 나머지 채우다가
남보다 먼저 얼굴 붉힌 고백
그러지 말아야겠다고 속으로만 다짐다짐하고도
아직도 떨고 있는 연분홍 조바심
'자작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해킹시대 (0) | 2022.06.09 |
---|---|
두 번째 출렁이는 바다 (0) | 2022.04.23 |
껍질 속 (0) | 2022.01.17 |
겨울 달 (0) | 2022.01.03 |
새해 일출에서 만난 (0) | 2022.01.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