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킹시대
박 영 대
외계인의 소행이라는 의심도 없는데 지구가 발칵 뒤집어졌다 몸이 우주라는 빛좋은 개살구들 36.5도 시린 이빨이 흔들린 이후 뒤틀린 창문의 체온이 방파제를 넘쳐 기도를 장악한다 길바닥에 가쁘게 쏟아낸 숨소리 입술에 묻어 혀끝이 문풍지처럼 오들오들 춥다 죄없는 콧구멍만 실험대상으로 들쑤시고 움켜쥐는 장력이 풀어진 방파제의 테트라포트 셈법도 미생의 조작에 현관문의 비밀번호가 털리고 심해의 오장육부는 어김없이 발겨져 고래들의 약속시간이 탄로나고 해파리들의 은밀한 동영상이 누출되고 민망한 숨소리까지
번호 붙이기 좋아하는 2019는 희생 양이 되어 수모를 겪고 있다 수평선의 경계가 유혹에 넘어가 맥없이 허물어졌다 어디다 말도 못하고 끙끙 앓는 난파선장은 오질나게 찟겨져 책임지라는 소문만 흉흉하다 지금껏 자랑해온 항해술은 여지없이 파도 한번에 휩쓸리고 잘났다고 우쭐대던 청진기는 어슬렁어슬렁 뒷걸음질이다 바퀴에 올라탄 21세기 허접한 노벨상들 뭐가 자랑스럽다고 공룡이 사라진 이유를 체온 탓으로만 돌리던 의사들은 또 핑계거리를 찾는다 안다고 말하는 입들을 믿을 수 없다고 입 입 입들이 삐쭉거리고 있다
코로나를 책임져야 하는 2019는 불가역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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