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포 왜곡
박 영 대
위장한 03번 마을버스가 가로수 등 뒤로 숨바꼭질하는 굽은 길
잎이 진 프라다나스 새집에는 어중간한 표정들이 세 들어 산다
토요일 경마장 긴 줄에 늘어선 한 탕을 믿는 눈치들
한 주를 만회할 그때만은 재수생보다 성적 순위에 민감하다
몸통만 남기고 잘린 겨울 채비가 한껏 부푼 외출중이다
한 달 간의 댓가에 만족 못하는 5번 출구 어중간한 신발들
그곳이 그곳을 벗어나지 못하는 쳇바퀴 도는 활동반경
노트북을 노트라고 연필을 준비하는 현실적 시대 착오
눈치 빠른 철새들은 강남으로 다 빠져나가고
어중간 알량들만 청과시장에서 팔도 사투리를 씨부리고 있다
넓은 잎으로 가려왔던 부끄러움이 숨길 수 없는 흔적으로
묵직하게 아문 이력이 곳곳에 남아 팔 다리가 울퉁불퉁하다
막 살아온 그늘에 고향도 없이 던져진 그녀는
누구랑 함께 겨을 나들이를 나갈까
눈에 거슬릴 것도 없는 흉터는 사는데 아무 지장 없는데
성형외과 앞에서 구차하게 머뭇거린다
무엇을 그렇게 힘들게 갈구하는 것이냐
하늘 향해 팔 벌린 어중간한 모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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