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476

7광구의 심장소리 현대작가 제 12호

현대 작가 제 12호 > 제목 : 7광구의 심장소리 박 영 대 어마어마한 사건이 우리 코앞에 다가오고 있다 2028년은 한일대륙붕공동개발협정이 만료되는 기한이다 이 협정은 1978년 조약 발효되어 50년 시한으로 체결되었다 이 협약의 대상이 바로 대륙붕공동개발구역 7광구다 7광구에는 천연가스 매장량이 사우디아라비아의 10배 원유 매장량이 미국의 5배 지구상에서 가장 큰 유전(천연 석유 자원)이 묻혀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추정이 확인되고 재차 3차 확인되고 있다 이를 눈치 챈 일본은 이런 저런 핑계를 대고 7광구 개발을 훼방 놓고 있다 얼마 전까지는 연안 대륙붕설에 의해 영해를 인정하여 왔는데 최근에 와서 연안에서 200해리설이 유력해지고 있다 7광구는 대륙붕설에 의하면 제주도 남쪽으로 이어진 대륙붕이..

자작시 2022.07.07

임진강 수석 투 한 점

임진강 수석 투 한 점 박 영 대 임진강변에서 구멍 뚫린 수석 하나를 주웠네 뻥 뚫린 투가 시원하네 몇 날 몇 일을 다듬었네 씻고 닦아서 첫날 밤을 보내고 남과 북을 일곱개의 별자리에 맞춰 좌대를 세웠네 남한강 투에서는 새 까망 오석미를 보네 낙동강 투에서는 부엉이 눈을 보았네 조선의 솜씨를 넘어 신의 경지를 생각하네 뚫린 길로 내다 보이는 물 씻긴 역사를 생각하네 임진강 투에서는 민족을 보네 가로 막은 3.8선을 보네 뚫린 남과 북 대동강 능라도 수양버들이 출렁이네 금강산 만물상 묘향산 향로봉에 흰구름 흐르네 심장 판막을 열어 혈연의 대동맥이 뛰네 풍화의 세월 가늘게 버티고 서서 뜨겁게 피 흐른 유구한 이 길로 통일이 출렁출렁 흘러내리네

자작시 2022.07.05

해킹시대

해킹시대 박 영 대 외계인의 소행이라는 의심도 없는데 지구가 발칵 뒤집어졌다 몸이 우주라는 빛좋은 개살구들 36.5도 시린 이빨이 흔들린 이후 뒤틀린 창문의 체온이 방파제를 넘쳐 기도를 장악한다 길바닥에 가쁘게 쏟아낸 숨소리 입술에 묻어 혀끝이 문풍지처럼 오들오들 춥다 죄없는 콧구멍만 실험대상으로 들쑤시고 움켜쥐는 장력이 풀어진 방파제의 테트라포트 셈법도 미생의 조작에 현관문의 비밀번호가 털리고 심해의 오장육부는 어김없이 발겨져 고래들의 약속시간이 탄로나고 해파리들의 은밀한 동영상이 누출되고 민망한 숨소리까지 번호 붙이기 좋아하는 2019는 희생 양이 되어 수모를 겪고 있다 수평선의 경계가 유혹에 넘어가 맥없이 허물어졌다 어디다 말도 못하고 끙끙 앓는 난파선장은 오질나게 찟겨져 책임지라는 소문만 흉흉하다..

자작시 2022.06.09

두 번째 출렁이는 바다

두 번째 출렁이는 바다 / 박영대 한결같은 웃음기를 걷어내고 짠맛 같은 너의 어제를 건져내야 할 시간 가깝게 눈을 맞추고 말 건내고 싶어 조급해진 노을빛 꿈틀대는 몸짓을 도외시하고 크게 출렁이는 걸 알아차리기에는 쉬운 일이 아니다 바다가 두 번째 출렁이기를 기다린 적이 있다 정신줄을 빠뜨리고 절반을 포기하려 했을 때 어렴풋이 떠오른.... 그렇지, 썰물을 기다려 개펄의 회복을 찾아 차분했으면 절반은 싱싱한 기억으로 절약할 수 있었을 텐데 왔다간 줄 모르는 첫번째 파도를 놓치고 다음 파수를 기다리며 낯선 모성이 품어주기를 고대하고 있었다 바다를 사서 먹고 사는 사람과 바다를 파먹고 사는 사람은 같은 신발을 신지 않는다 그녀의 한 달 생리를 기억하고 그에 맞추는 대화는 따라갈 수 없는 한계다 글로 읽은 바다..

자작시 2022.04.23

진달래 한 대목

진달래 한 대목                                      박 영 대 다가와 닿을락 말락 큰애기들큰 키에 긴 머리 양 갈래 꽃리본 달고집에만 있을 수 없어 산으로 산으로 앳된 눈짓으로 불러낸 그 중 한 걸음 꼭데기무더기로 몰려 다니는 개나리 벚꽃 그런 애들 말고혼자 필 때 놓고가는 꽃잎 속 전화번호볼펜으로 눌러 쓴 길쭉한 손가락 다짐은 언제까지 기다려줄 건가요양지 곁에 돋아나 열었다 닫은 핸드폰 망설임은 몇전째인가요아직 찬바람 따라 대문 밖으로 숨어 나간 눈총은솟을 담 뒤에 까치발 들고선 발소리엷은 차림으로 알아차린 채색 구름은 벌써 홑날개나만 알고 누르는 숫자가 벌벌 떨고 있는데디자인도 컬러도 반은 니 생각으로 입고또, 아직 모르는 너의 반으로 나머지 채우다가 남보다 먼저 얼굴 ..

자작시 2022.04.06

껍질 속

껍질 속 박 영 대 오늘도 너만은 믿는다 의심으로 시작하는 하루 일과 눈물이 배지 않는 웃음을 의심하고 대륙을 돌아온 철새의 행적을 의심하고 웃고 있는 메뉴판을 의심하고 무백신 접근을 의심하고 걸려온 전화번호를 의심하고 단 한가지 껍질은 의심을 숨기지 않는다는 믿음은 아직 깨지지 않았다 식물성 껍질을 믿는 것처럼 내일도 믿고 싶다 너에게 다가가는 마지막 안심선

자작시 2022.01.17

새해 일출에서 만난

새해 일출에서 만난 박 영 대 한 해 다짐을 위해 해가 뜨는 언덕에 왔네 일출 명소를 피해서 혼자만 알고 있는 곳으로 구불구불 왔네 수백 명이나 되는 새해맞이 부지런쟁이들 세상에는 혼자만 알고 있는 것은 없네 희망이라고 쓴 마스크들 착한 일을 하고 싶은 첫 날 무슨 도움거리를 찾는 참 좋은 당신들 처음 만났어도 햇살처럼 다정하네 한 겨울 신새벽인데도 오늘은 따뜻하네 새 해를 보러 온 당신은, 하늘을 믿는 당신은 하늘 무서운 걸 아는 사람 참 좋은 사람들 만나고 주억거리 하나 주워서 가네

자작시 2022.01.01

영등포 왜곡

영등포 왜곡 박 영 대 위장한 03번 마을버스가 가로수 등 뒤로 숨바꼭질하는 굽은 길 잎이 진 프라다나스 새집에는 어중간한 표정들이 세 들어 산다 토요일 경마장 긴 줄에 늘어선 한 탕을 믿는 눈치들 한 주를 만회할 그때만은 재수생보다 성적 순위에 민감하다 몸통만 남기고 잘린 겨울 채비가 한껏 부푼 외출중이다 한 달 간의 댓가에 만족 못하는 5번 출구 어중간한 신발들 그곳이 그곳을 벗어나지 못하는 쳇바퀴 도는 활동반경 노트북을 노트라고 연필을 준비하는 현실적 시대 착오 눈치 빠른 철새들은 강남으로 다 빠져나가고 어중간 알량들만 청과시장에서 팔도 사투리를 씨부리고 있다 넓은 잎으로 가려왔던 부끄러움이 숨길 수 없는 흔적으로 묵직하게 아문 이력이 곳곳에 남아 팔 다리가 울퉁불퉁하다 막 살아온 그늘에 고향도 없..

자작시 2021.1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