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461

지켜내자, 그 혼

지켜내자, 그 혼 - 7광구의 심장소리 박 영 대 2028년이 달려온다 붉은 망태 둘러매고 달려온다 바퀴로 한나절 날개로 날면 한 시간 좁은 국토가 천추의 한이였다 뀀에 빠진 날랜 파도의 초침소리 시한의 속임수 저벅저벅 다가온다 혼으로 부른 이어도 아리랑 일찌감치 곳간의 입 다문 깊숙한 유산 후손 먹여 살릴 생각에 삼가고 아껴왔다 지켜야 한다 이순신 장군 불러다가 지켜야 한다 틈을 노리는 이리떼 찢어진 눈 날고기 기름 냄새 맡고 몰겨든다 배를 띄우자 큰 배를 띄우자 누구도 넘보지 못할 큰 쇠배를 띄우자 우리 땅 우리 바다 우리 하늘 싣고 가서 만석궁 바다 들판 우리 7광구 그 바다 창창한 심장 위에 학익진을 펼치자 한다면 끝까지 하고 마는 태극 손기술 핀다면 기어이 피고 마는 무궁화 기운 7광구 지킬 태..

자작시 2021.10.27

여름의 틈새

여름의 틈새 / 박영대 바람에 말아먹는 저녁식사 중 하늘을 묻힌 구름이 생솔가지 먹성을 키운다 꼿꼿한 들판에 보란 듯이 땀 흘린 땡볕이 자고 나면 새로운 허물을 저만큼 불리고 있다 풀벌레 왕왕거리는 날개를 알겠다 출출하던 호박잎의 크게 벌린 허기 간장독 별빛 떠와 상추쌈 떠들고 오므려 노곤을 지낸 긴 오후의 빈속을 다독인다 그늘을 찾아 더위 틈으로 별을 그어 잇던 흔들다리 삼년 전 그때 틈으로 쇠기 전에 클 옥수수 무릎마디 끼워 넣고 상처까지 쉬 아무는 습습한 연습벌레들 지금은 엉성해도 덩굴처럼 한창 몸집 불릴 때 먹성도 거침도 품어 키우는 헤픈 치마폭 소식 그치고 참아온 왕래도 몸에 배어가는 한 자리에서 작심만 키운 초목성 시간 때우기 덥네덥네 해도 먹을 건 다 찾아 멕이고 짧네짧네 해도 치마가 짧은 ..

자작시 2021.08.13

뜨끈한 국물이 좋다

뜨끈한 국물이 좋다 / 박영대 떠돌이 어름잽이 숙명 수 삼 년 세월이 다래 덩쿨 칭칭 감고 있다 화전민 다람쥐를 조상으로 둔 영토의 파수꾼 흔들리는 가지 타기로 배운 생존법칙 잘 만났다 요놈 숨긴 야생이 날고기를 겨냥한다 포식자의 무음 설정된 발톱 단번에 구름판 차고 올라 바람을 낚아챈다 어디 쭉 뻗은 팔등신에게만 주어진 허리인가. 아득한 벼랑 터 삼아 낭창거리는 몸매는 차라리 슬픈 유산이었다 몸을 비틀어 뿜어올린 물줄기는 숲 속에 5일장을 풀어 놓는다 먼저 자리를 차지한 키 큰 기둥감들, 근동에서 모여든 난장의 텃세를 비집고 들이미는 엊저녁 다듬은 취나물 보따리, 쇠불알만한 감자 몇 알, 가시로 낚은 햇살 졸인 알밤 닷 되도 장날의 한 모퉁이에서 가용을 보탠다 되고 싶어 되느냐 장돌뱅이, 밀리면 배곯는..

자작시 2021.07.21

강요하는 왕관 -코로나에 대들다

강요하는 왕관 - 코로나에 대들다 박영대 억지라도 부려볼란다 태초에 노여움 받았고 야심이 꽂은 끝에 난도질도 당했다 어디서 왔는지도 모를 하잘 것 없는 미생 단서 없는 헛소문만 난무하다 지렁이도 꿈틀 못하는 동각난 삼인칭 속수무책 다급해 발 디딜 틈조차 사라지고 말아 약속 장소를 찾아갈 자유 통행금지에 묶이다 더도 말고 톱니바퀴가 돌린 일정표대로 기한도 없는 확정 판결에 대들어 보자 통사정 빌어 볼란다 새로 핀 계절마다 입막음하고 당당하던 전지적 콧대는 어디로 가고 핏빛으로 강요하는 들숨과 날숨의 출입문 폐쇄 정복된 나이로 촘촘하게 짠 플라스틱 그물망 아무 대책 없이 소개 명령 떨어진 야전에서 벌벌 떨고 있는 비례성 불공정 화해 겨우 입에 올린 탓조차 내용년수의 삭감 믿었던 오로지 지지율 떨어진 허탈한 ..

자작시 2021.07.15

농다리 건너는 벗아

농다리 건너는 벗아 / 박영대 어디로 가는 참인가 살아 생전 옥답에 조상을 심고 씨줄 날줄 베틀에 인연을 짜고 물 건너 저 길은 어디로 가는 참인가 이 물길 앞이면 육신의 못자리 이 물길 건너면 피안의 추수길 초롱 등불 자진 걸음 진양조 학춤 별 밭 일군 끄트머리 미리내 흐르네 아직 농다리 다다라 건너지 않은 벗아 천상의 수월교는 미호천 독자리 등허리 걸터 앉아 용린 세워 부리고 구름 안 풍우 들어 이 땅에 고루 뿌리라 찾아가기 멀기는 얼마나 된다고 한 걸음에 달려가 디뎌도 보고 한 눈 끔뻑 가슴에 담아도 보고 별 푸른 용두머리 서슬 꿈을 태워 꼭 한번 이 길 건너 보고 가라 꼭 한번 이 길 안아 보고 살라

자작시 2021.06.30

돌나물

돌나물 박 영 대 조숙한 색깔로 유혹하고 요모조모 귀염으로 각축하는 유튜브 제비꽃 진달래 꽃마리 다들 좋아요 구독! 외치고 있는데 볼품없는 돌 틈에 봄볕 우북하다 기를 쓰고 일찍 꽃대 피우거나 열매라도 기대할 여망을 주거나 숨긴 약효라도 포장해 업로딩 시켜야 대대해진 젊은 감각 사로잡을 텐데 눈물 많은 연한 얼굴에 마스크 가린 말 문 만큼 멀어진 순딩아 말랑말랑 수다 퍼다놓은 지레 설렘에 손이 먼저 알림 설정까지 꾹 누른다

자작시 2021.05.13

술담

술담 - 가람 시인 「술 33 」 시를 받고 박 영 대 이 술도 한 잔 받으시오 술은 주종불구 안주는 희(喜)·노(怒)·애(哀)·구(懼)·애(愛)·오(惡)·욕(欲) 굳이 감출 것 없어 술상은 19금으로 차립니다 짜고 맵고 진한 이유가 고개를 타고 넘네요 술 한 잔에 안주를 씹으면 북장단 춤을 춥니다 얼시구~ 또 한 잔 부딪치며 절시구~ 몹쓸 건 아니지만 애들은 가라 여자의 손수에 남심이 젖듯 가락에 취한 야밤 장작은 가마솥을 덥히고 술잔은 가슴을 데우는데 같이 마셔도 혼자 채워도 허전한 술 말아 먹고 싶은 시담 자리 그 자리에 그대를 앉히노라.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술 33 술(시) 가람 술에 취해 꼭지가 돌아버린 시인 왈..

자작시 2021.02.08

눈목련

눈목련 / 박영대 눈밭에 그릴 수도 아직은 피울 수도 없는 시도때도 모르는 소년 냉냉한 어깨 위에 남겨진 무색 예감 처진 겨울 바람처럼 말없이 감싸 안는다 때가 되면 늦을까 떠날 채비 서두르고 깃털 얹고 있는 나이 숨찬 바람 끝에 봄날 오는 소리조차 부끄러운 화예 꽃은 피웠다만 어찌 제 철을 잊었느냐 타고난 단명 염려하였는데 바람 끝 건듯 아침살 한 식간에 스러지는 너는 누구의 현현인가 하고 싶은 무슨 말이 남아 철도 모르고 피어 오르막 길에 서서 쳐다만 보게 하는지 속에 품었는 편지 썼다 지우면서 남긴 필적 녹아 흐르는 몰래 지운 눈물인 것을 누가 뭐래도 변하지 않는 하얀 먹빛 왔다 갈 한 생 창호지 밟고 서서 너무 빠른 붓끝에 눈이나 맞추려고

자작시 2021.01.30

눈이 지배하는 나라

눈이 지배하는 나라 / 박 영 대 포식자의 먹이가 되리 눈치도 못 채고 순식간에 낚아채인 먹이가 되리 숨통이 끊기고 고통 없이 씹히는 먹이가 되리 그만한 됨됨이면 고통 달게 받으리 바뀌는 모습을 보고 싶지만 아무도 모르게 잠에서 깨어나 순백의 정부로 바뀐 거역할 수 없는 설국 반항하는 모든 부조리를 제압하고 물어볼 것도 없이 한꺼번에 장악한 세상 손 쓸 틈도 없이 제도가 바뀌고 하룻밤 사이에 길이 바뀌고 차별 없는 평소에 그리던 나라 기꺼이 그 나라 백성이 되리 이런 날이 오면 보고 싶은 이에게 전화를 걸고 이런 날이 오면 연약한 뿌리가 새 집을 준비하고 이런 세상이 오면 피다가 꺾인 원한이 꽃으로 피어나 꿈꿔온 지도를 펼치고 함께 기차를 타리 지금까지 겪어온 질척 깨끗이 지워진 거리를 활보하리 새로 평..

자작시 2021.01.23

물 감옥

물 감옥 박 영 대 산 계곡 입술이 추위에 바삭바삭 말라가고 수돗물 으슥으슥 열 나서 몸살해대고 수도꼭지가 몸 져 누웠으니 아내의 부재다 바닥난 골짜기에 끙끙 앓는 소리가 얼음을 타고 흐른다 교대한 초생달이 쬐끄만 얼굴 털모자로 얼싸고 한번 어두워지고는 날이 새지 않는다 시간이 얼어 멈추고 길이 막혔다 온 동네가 물 감옥이다 와이파이 터지고 휴대전화 터지면 첨단 문명이 다 살게 해줄 줄 알았는데 화장실 물 채우는 일 먹고 설거지하는 집안 물이 징역살이 삼 년보다 춥다 물 감옥 단 사흘간 노지에서도 견디는 석간수 찾아가 용서를 빌고 기침소리 카톡으로 몇 짐 앓는 소리 영상통화를 몇 바가지 퍼다 붓는지 모른다

자작시 2021.0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