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461

여의도 장미 행렬

피기만 해도 눈길을 끈다 선택된 얼굴 같은 족속인 줄 알고 들여다보니 다 다르다 차림새 귀족으로 피고 틈새로 드러난 속내는 부끄러운 데서 멈추고 산에서 들에서 핀 초심 울타리만큼 그만 지키려다 만다 짠 눈물은 과거가 되어 희미해지고 골라 핀 관심은 플래쉬에 맞춰 붉은 카펫에서 붉게 웃어 보이고 과장되게 너무 곱다 물 흐르는 세 치 혀로 맛을 알아가고 사로잡는 색깔로 가려진 청맹과니 소문의 혼탕 속에서 듣지 못하는 장식이 되어가는 눈과 귀 홍일점에 취해 무디어진 가시 나비 외면하는 습성을 화려한 저 모습으로 알런지 몰라

자작시 2020.06.08

코로나 샷

코로나 샷 박 영 대 18홀 가다 보면 뒤땅 날 때도 있고 벙커 빠질 때도 있고 끝까지 눈에서 공 놓치기도 하고 빨랫줄 같은 굿샷 장애물 덕분에 오비 면한 행운 어쩌다 드로 걸려 롱기스트 코로나 19 격리하다 보면 싫은 사람 안 만나도 되고 신록 차오른 페어웨이 빈자리 남아돌고 하릴없는 모임 빠질 핑계거리 좋고 내 드라이브에 마스크 씌워 잰걸음 해저드 돌아서 조심조심 건너볼까나.

자작시 2020.06.07

황태

황태 박 영 대 저 눈이 바다를 홀린 매혹이다 쭉 뻗은 몸매 하나로 술렁이던 파도 짠 눈빛만은 안빈의 촉수가 싱싱하다 가장 민중으로 가장 바람으로 눈보라 무리 지어 산기슭을 차지한다 가슴 안에 북풍 품어야 하는 천명 창창한 고향 뜨고서야 얻은 이름 하나 바다에서 산으로 간 끼 털어낸 육신은 칼칼한 풍장 티 나지 않게 살아온 이력 맑게 풀어 민심 한 잔 해장하고 있다

자작시 2020.05.17

얀( Jan )의 젊은 기억

얀(Jan)의 젊은 기억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박 영 대 “한국이 잘살게 되었다고?” 그의 기억에는 모든 것이 붕괴뿐이었다 70년 지난 오늘의 전쟁터에서 그가 당한 포위망이 코로나 바이러스라니 대한민국이 세계 최고라며 은폐 엄폐 탈출 방법을 가르치는 코로나 바이러스라니 모든 것이 무너진 이 땅에 젊은 기억을 심었던 그에게 끝 숨을 마치게 한 c19 그의 머리맡 영정 앞에 제수품 진설하고 재배를 올린다 한국산 PCR 코로나 진단 키트 한국형 드라이브 스루 한국제 KF94 마스크 그때 그에게 우리는 맨몸을 내보였다,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우리는 빚을 졌다, 도저히 갚을 수 없는 역사의 빚 우리는 생각지도 못했다, 돕고 베푸는 아름다움 우리는 선물로 받았다, 온전치 못한 반 조각 국토 그의 기억은 말한다..

자작시 2020.05.11

여행가방에게 묻는다 파골프 앤 트레블 이 달의 시

파골프 앤 트레블 2020. 2월호 이 달의 시 여행가방에게 묻는다 박 영 대 집 나설 때 채워서 떠날까 비워서 떠날까 미지로 서너 걸음 나를 넣고 지퍼로 잠근다 잠겨진 침묵들이 스르르 문을 열고 나온다 허리춤을 풀고 다른 물맛을 배설할 때까지 내게서 이탈되는 거리가 순간인지 평생인지 매 끼니 만나서 이별을 비벼 먹는다 잠자리는 근거 없이 외로운 뒤척임 어김없는 속도는 빨리 돌아야 하는 바퀴만큼. 묶인 끈의 매듭에서 얼마간 헐거워진 바퀴의 이완 다물었던 말문이 열리고 마취에 서서히 취하게 되면 낯섦의 바람 앞에 옷을 벗는다 반쯤 풀린 지퍼 어디를 건들었는지 그리움 색깔 많이 바랜 옆 사람이 서서히 다가온다 허기 속에는 먹어보지 못한 별미들이 새로운 계절의 입맛으로 살아난다 귀로의 너는 채워서 오느냐 비워..

자작시 2020.04.05

겨울나무에 다가가기 파골프

ㅍ 파골프 앤 트레블 2020. 3 월호 연속 게제 겨울나무에 다가가기 박 영 대 잡은 손 놓고서 떨궈낸 홍엽 나이테 그 길로 이별을 새기고 한겹 한겹 그리 쉽게 옷을 벗는다 언제적 상처가 몇 날 몇 밤을 울어 그토록 푸른 열매는 몇 단지의 빈 속을 채웠는지 속속이 넘겨보는 젊은 날의 일기장 까탈스런 시간의 횡포에 계절을 토막토막 분질러 놓고 기러기 외딴 길을 시늉해 본다 고단 한잔 걸친 냉바람은 짐도 못 챙기게 다그쳐 놓고 산모퉁이 넘어가는 불콰한 황혼 녘 다 벗고 한데서 떨고 있는 홀로 한 몸 이 중에 찾는 이 없는 야밤을 하얗게 이불 펴고 같이 눕고 싶어.

자작시 2020.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