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477

여행가방에게 묻는다 파골프 앤 트레블 이 달의 시

파골프 앤 트레블 2020. 2월호 이 달의 시 여행가방에게 묻는다 박 영 대 집 나설 때 채워서 떠날까 비워서 떠날까 미지로 서너 걸음 나를 넣고 지퍼로 잠근다 잠겨진 침묵들이 스르르 문을 열고 나온다 허리춤을 풀고 다른 물맛을 배설할 때까지 내게서 이탈되는 거리가 순간인지 평생인지 매 끼니 만나서 이별을 비벼 먹는다 잠자리는 근거 없이 외로운 뒤척임 어김없는 속도는 빨리 돌아야 하는 바퀴만큼. 묶인 끈의 매듭에서 얼마간 헐거워진 바퀴의 이완 다물었던 말문이 열리고 마취에 서서히 취하게 되면 낯섦의 바람 앞에 옷을 벗는다 반쯤 풀린 지퍼 어디를 건들었는지 그리움 색깔 많이 바랜 옆 사람이 서서히 다가온다 허기 속에는 먹어보지 못한 별미들이 새로운 계절의 입맛으로 살아난다 귀로의 너는 채워서 오느냐 비워..

자작시 2020.04.05

겨울나무에 다가가기 파골프

ㅍ 파골프 앤 트레블 2020. 3 월호 연속 게제 겨울나무에 다가가기 박 영 대 잡은 손 놓고서 떨궈낸 홍엽 나이테 그 길로 이별을 새기고 한겹 한겹 그리 쉽게 옷을 벗는다 언제적 상처가 몇 날 몇 밤을 울어 그토록 푸른 열매는 몇 단지의 빈 속을 채웠는지 속속이 넘겨보는 젊은 날의 일기장 까탈스런 시간의 횡포에 계절을 토막토막 분질러 놓고 기러기 외딴 길을 시늉해 본다 고단 한잔 걸친 냉바람은 짐도 못 챙기게 다그쳐 놓고 산모퉁이 넘어가는 불콰한 황혼 녘 다 벗고 한데서 떨고 있는 홀로 한 몸 이 중에 찾는 이 없는 야밤을 하얗게 이불 펴고 같이 눕고 싶어.

자작시 2020.04.05

생각하는 나무를 심다

*생각하는 나무를 심다 - 심산 문덕수 선생님 추모합니다 박 영 대 겨울이 봄안에 풀어져 해달음치고 있는 7묘역 원고지칸에 생각하는 나무를 심다 모진 근간이 싹 튀고 꽃 피울 때 그 자리에 푯말 하나 세우는 거라고 울음이 커서 울지 못하고 먼저 보낸 이별이 넓어 건널 수 없는 떠밀려갈 것 같아 눈부라린 옹이도 戰場보다 더한 詩壇의 장수였다 울타리 넘어 탈피의 하얀 고백 이제 홀가분하다 차라리 기다리고 있었다 걸친 두루마기는 훨훨 펄럭이는 날개 무슨 염치로 가까운 이에게 무엇을 부탁한단 말가 무슨 할 말이 남아 비어있는 원고지 남은 칸을 다 채우겠는가. * 생각하는 나무 : 문덕수 시인의 시. 문인상 장례식에서 마지막으로 선생의 대표시로 이 시를 읽다

자작시 2020.03.21

함박눈에게 골프를 배우다

함박눈에게 골프를 배우다 박 영 대 추울수록 가벼운 함박눈 제 자리 찾아간다 굽은 가지 위에도 삼중 경사진 그린 위에도 솟아올랐다가 내리는 창공 함박눈으로 부드러운 안착 언 땅에 공은 튀어 올라도 모서리 감싸주는 LPGA 흰 치마 하얀 바람도 눈물도 어머니 품어 안은 아리랑 연습장에서 듣는 귀 박힌 말 함박눈에게 부드럽게 듣는다.

자작시 2020.03.19

갈대의 약속

갈대의 약속  바람을 따라 몸을 흔들었다눈 떠보면 산새와 강물이 뽀짝거렸다 늘 잔 물결이 지켜보고뿌리는 바위를 딛고 서 있는데 흔들린다  말하는 자 누구인가 계절을 버티는 자로뎅을 깎고 있는 자 연모 참고 있는 자햇빛 달빛도 다 모이라촘촘히 서서 내 시늉 한번 내보거라 해와 달이 제 힘으로 밤낮을 손질하고강과 바다가 제 목청 파음(波音)으로노래 불러 주었지만 향하는 내 마음은 까마득한 별이었음을 잃지 않았다.   갈대의 약속  갈대와 별

자작시 2020.0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