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461

소쩍새 애가

소쩍새 애가 박 영 대 울어도 두 눈을 참으라 합니다 울어도 성에 차지 않는다 합니다 큰 눈에 새가슴 무섭습니다 보이지 않으면 겁도 없어진다지요 눈이 있어 잡소리가 보인다 합니다 눈이 있어 잡소리가 들린다 합니다 울음 소리 섧다 하여 눈물 조차 붉다 하여 눈 뜨고는 떨어지지 못할 저 밑바닥 질끈 감을 수 밖에 낭떠러지 풍덩 폭포수 묶어놓는 북채의 소리 장단 눈을 버리면 소리꾼 된다 합니다 칠흑 속에서 얼굴 한번 드러내지 못하고 그리운 이 떠나보낸 오한 밤 찢는 소리 하 눈물 조각보에 서러움 싸는 소리 "두 눈을 못쓰드라도 목청 토하는 것은 이 핏밤보다 더 깊게 울어야제" 그리운 이 떠나 보낸 오한 밤 찢는 소리 하 눈물 조각보에 서러움 싸는 소리 이 밤 홀로 애타게 잦아드는 저 울음은 누구의 이름입니까 ..

자작시 2020.01.18

아이의 별

아이의 별 박 영 대 별무늬 차림의 호숫가 아이들 물결에는 흔들린다는 이름뿐 달릴 때마다 수면에 별 박히는 걸 보면 별빛은 노리개 되어 물장구친다 하늘에 뜨면 형 아우 되고 호수에 뜨면 누나 동생 되어 아이들 바지가랑에 매달린 노래감은 훗날 유년의 이름을 찰랑거린다 저만치 어깨를 뻗은 별자리 누나는 아이들 이야기속에서 줍고 상처가 묻을 때마다 누나로 닦는다 초록 전설을 함께 나눈 산 봉우리와 섬 봉우리 주름살 사이로 배그시 웃는다. 아이의 별을 뜨다 아이의 별

자작시 2020.01.16

국모의 한 오백 년

國母(국모)의 한 오백 년 박 영 대 驪江(여강)변 수양버들 구중 小學 익힌다 晨必先起 必盥必漱(신필선기 필관필수) 새벽 빛살 올 빗어 가지렇구나 흑단 규방 여미고 지킨 외씨버선길 허튼 날 가르마 머리에 이고 황포 뱃길 따라서 國母의 길 걷는다 정수리 흘러내린 삼단 머릿결 봄 산은 아미되어 강물에 들고 물 찬 푸른 지초 청운을 품어 동녘 하늘 받들어 치성 올리네 세월 한 세월 태평 궁궐 손 모아 빌며 팔도 山河 흘러흘러 만 살림 적시고 여문 손끝 母鞠我身(모국아신) 가슴에 새겨 치마폭에 근심 걱정 다 안고 가네 아무렴 그렇지 그렇고 말고 한 오백 년 살자는데 웬 성화요 꽃다운 내 청춘 살신성인하여 일편단심 종묘사직에 이 한 몸 바쳐 아무렴 그렇지 그렇고 말고 한 오백 년 살자는데 웬 성화요 못다 한 망국..

자작시 2020.01.10

집 돌 2

집 돌 박 영 대 곁에 돌이 있는 듯 없는 듯 살아가는 위안이다 처음 만난 그대로 변함이 없다 유별도 없지만 걱정도 없다 돌밭에서 내가 취했으니 내 돌이다 어쩌다 손길이 가면 웃는다 소리내어 웃진 않아도 웃는 게 보인다 불을 끄면 찬 몸을 품안으로 들이 민다 나 대신 외풍을 막아준 억척 울퉁불퉁 속상한 무거움도 미쩍은 소고집 단단함도 세월보다 정이 들어 살 부비며 산다.

자작시 2020.01.01

징검다리1

징검다리1 박 영 대 달 뜨면 물그림자 건너 날 궂으면 안부 건너 푸르디푸른 슬픔 하나 보듬고 그러고 있더라 만나고 떠나는 일이 편지 속 여삿 일인지도 모를 때쯤 아무나 아닌 생이별 이 편에서 바라보고 저편에서 기다리는 세상을 갈라 놓은 구름아 수북이 밀려올 소식 다릿발 사이에 걸려 생생한 망각을 씻어내고 그러고 있더라 그때 남겨둔 무거움 하나 물 가운데 풍덩 내려 놓고 같이 내려 놓은 잊혀진 것들 건너 올 때를 기다리며 말해도 들리지 않는 켜켜이 눈물이 되어 버린 사람아 그것이 내 안에 피는 꽃이었음을 이제야 희미하게 얼굴 드러납니다.

자작시 2019.1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