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수박도

아리박 2020. 3. 19. 17:00

 

수박도

 

                        박 영 대

 

 

큰 소나무 밑에 작은 다래가 터를 잡았다

 

꿋꿋한 소나무는 하늘만 쳐다보고 컸다

 

굽힐 줄 모르는 직립가을날 낙엽 하나 내줄 줄 모르는

 

안중에도 없던 다래가

 

곧게 오르는 소나무 가지를 잡고

 

슬금슬금 소나무 머리 위로 올랐다

 

머리채를 잡힌 소나무는 다래 줄기의 밥이었다

 

유연 앞에 무릎 꿇는 외골수

 

일수일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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