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생각하는 나무를 심다

아리박 2020. 3. 21. 10:54

*생각하는 나무를 심다

 

               - 심산 문덕수 선생님 추모합니다

                                  박  영  대

 

겨울이 봄안에 풀어져 해달음치고 있는 7묘역

원고지칸에 생각하는 나무를 심다

모진 근간이 싹 튀고 꽃 피울 때

그 자리에 푯말 하나 세우는 거라고

 

울음이 커서 울지 못하고

먼저 보낸 이별이 넓어 건널 수 없는

떠밀려갈 것 같아 눈부라린 옹이도

戰場보다 더한 詩壇의 장수였다

 

울타리 넘어 탈피의 하얀 고백

이제 홀가분하다

차라리 기다리고 있었다

걸친 두루마기는 훨훨 펄럭이는 날개

 

무슨 염치로 가까운 이에게

무엇을 부탁한단 말가

 

무슨 할 말이 남아

비어있는 원고지

남은 칸을 다 채우겠는가.

 

 

      * 생각하는 나무 : 문덕수 시인의 시.

                             문인상 장례식에서 마지막으로 선생의 대표시로 이 시를 읽다

 

 

 

 

 

'자작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늘집에 봄이 오면  (0) 2020.03.27
매화 한 송이 봄비 한 방울  (0) 2020.03.27
수박도  (0) 2020.03.19
함박눈에게 골프를 배우다  (0) 2020.03.19
코로나 잠재우기  (0) 2020.0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