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476

징검다리1

징검다리1 박 영 대 달 뜨면 물그림자 건너 날 궂으면 안부 건너 푸르디푸른 슬픔 하나 보듬고 그러고 있더라 만나고 떠나는 일이 편지 속 여삿 일인지도 모를 때쯤 아무나 아닌 생이별 이 편에서 바라보고 저편에서 기다리는 세상을 갈라 놓은 구름아 수북이 밀려올 소식 다릿발 사이에 걸려 생생한 망각을 씻어내고 그러고 있더라 그때 남겨둔 무거움 하나 물 가운데 풍덩 내려 놓고 같이 내려 놓은 잊혀진 것들 건너 올 때를 기다리며 말해도 들리지 않는 켜켜이 눈물이 되어 버린 사람아 그것이 내 안에 피는 꽃이었음을 이제야 희미하게 얼굴 드러납니다.

자작시 2019.11.30

뉴스

뉴스 박 영 대 낙엽이 지는 걸 보고 입만 살아 제 권력 챙기는 정치 속창 보았다 낙엽이 지는 걸 보고 독불 종교 치쟁으로 하늘님 시체팔이 보았다 낙엽이 지는 걸 보고 지적 허영에 취해 불콰한 교수 면상 보았다 낙엽이 지는 걸 보고 낯 내놓고 막말 내뱉는 연예인 혀 보았다 낙엽이 지는 걸 보고 약육 침략 일삼는 국가주의 강대국 억지 보았다 낙엽이 지는 걸 보고 구순 기념 통재산 환원하는 신영균 영화 보았다 드물게. 낙엽이 지는 걸 보고

자작시 2019.11.12

11월의 위로

11월의 위로 박 영 대 신발 끈 느슨하게 푼 낙엽의 보폭 낡아가는 껍질로 발걸음 초조해지고 열정의 여행기는 타임캡슐 저장 목록 한 줄 꽉조인 여름도 발끝에 채이는 숙성까지도 계절을 잘 못 맞춘 산국山菊 처럼 가녀린 병치레에 핼쑥하다 곁을 지나가는 11월은 시야를 벗어나 주차장 차 바퀴 아래도 2박3일 행려지의 고단 위에도 잉여로 남아 남루한 바람에 휩쓸리고 있다 푸석한 기침소리 위에 이불 깔아 마지막 체온으로 안아주는 낙엽아 “너무 슬퍼하지 않아도 돼” 파골프 이 달의 시. 11월의 위로/박영대 파골프& 트레블 2019. 11월호

자작시 2019.11.07

서울 미래

서울 미래 박 영 대 서울을 시간으로 치면 오전 9시 아침 빛 고루 펼쳐 다사로이 몸 덥힐 시간 시작을 시작하는 준비한 출발 서울을 계절로 말하면 봄 진달래 짙어가는 연초록 생명 계절 씨앗 꿈틀거리는 꽃심 날갯짓 붐비는 집적회로 서울을 지리로 보면 지금 이 자리 열강 부러워 탐내는 각축의 꼭지점 재해 비껴가고 사계 뚜렷한 지구촌의 모세혈관 서울을 색깔로 말하면 흰빛 충돌 없이 받아들이는 비 개인 청산 만들지 않은 무위자연 마음만 올려놓은 도화지 서울을 세대로 치면 불혹 어리지도 쇠지도 않은 도전장 받아든 할 일 많은 선택지 앞의 갈림길 서울을 가진 우리 서울을 지킨 우리 서울을 일군 우리 시피보고 침략하는 무리에겐 바위로 굳어 역사 지켜낸 세한송절 인고의 줄기 아리랑 아리랑 대~ 한민족 세대 함께 촛불 ..

자작시 2019.10.23

징검다리 건너간

징검다리 건너간 박 영 대 늘 있던 자리에 새로 돋아난 부재 떠나고 난 자리에 아직 못 보낸 달맞이꽃 핀다 떠날 때 눈빛 한번 주고 간 것이 다인데 그냥 눈물샘 긁고 간 아무도 대신 못하는 눈길 따스함이 밉다 빈 방문 열 때도 옷 한번 갈아 입을 때도 같이 쓰던 비누 향기도 왜 이리 눈물인지 같이 걸었던 숲길이 낙엽으로 붉어진 이야기 가시되어 찌르는 통점을 무엇으로 지울까 꿈에서나 뵈올 강 건너 한 줌의 달빛 흰 물소리 잠 재우는 야심함이 또 밉다 돌고 도는 물줄기 시원으로 돌아가 다시 흐를 수는 없는가 한번만 더 다시 흐를 수는 없는가 미완의 보따리 남기고 징검다리 뚬벅뚬벅 바람 같은 이여 원래 있었던 것처럼 흔들리지 말라고 무겁게 누르는 허망의 돌자리에서 마지막이라고 말하고 또 마지막이라고 말하고 대..

자작시 2019.1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