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나무에 다가가기
박 영 대
잡은 손 놓고서 떨궈낸 홍엽
나이테 그 길로 이별을 새기고
한겹 한겹 그리 쉽게 옷을 벗는다
언제적 상처가 몇 날 몇 밤을 울어
그토록 푸른 열매는 몇 단지의 빈 속을 채웠는지
속속이 넘겨보는 젊은 날의 일기장
까탈스런 시간의 횡포에
계절을 토막토막 분질러 놓고
기러기 외딴 길을 시늉해 본다
고단 한잔 걸친 냉바람은
짐도 못 챙기게 다그쳐 놓고
산모퉁이 넘어가는 불콰한 황혼 녘
다 벗고 한데서 떨고 있는 홀로 한 몸
이 중에 찾는 이 없는 야밤을
하얗게 이불 펴고 같이 눕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