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겨울나무에 다가가기

아리박 2019. 11. 29. 10:40

겨울나무에 다가가기

                       

                            박  영  대



잡은 손 놓고서 떨궈낸 홍엽


나이테 그 길로 이별을 새기고


한겹 한겹 그리 쉽게 옷을 벗는다



언제적 상처가 몇 날 몇 밤을 울어


그토록 푸른 열매는 몇 단지의 빈 속을 채웠는지


속속이 넘겨보는 젊은 날의 일기장


 

까탈스런 시간의 횡포에


계절을 토막토막 분질러 놓고


기러기 외딴 길을 시늉해 본다


 

고단 한잔 걸친 냉바람은


짐도 못 챙기게 다그쳐 놓고


산모퉁이 넘어가는 불콰한 황혼 녘


 

다 벗고 한데서 떨고 있는 홀로 한 몸


이 중에 찾는 이 없는 야밤을


하얗게 이불 펴고 같이 눕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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