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검다리 건너간
박 영 대
늘 있던 자리에 새로 돋아난 부재
떠나고 난 자리에
아직 못 보낸 달맞이꽃 핀다
떠날 때 눈빛 한번 주고 간 것이 다인데
그냥 눈물샘 긁고 간
아무도 대신 못하는 눈길 따스함이 밉다
빈 방문 열 때도 옷 한번 갈아 입을 때도
같이 쓰던 비누 향기도 왜 이리 눈물인지
같이 걸었던 숲길이 낙엽으로 붉어진 이야기
가시되어 찌르는 통점을 무엇으로 지울까
꿈에서나 뵈올 강 건너 한 줌의 달빛
흰 물소리 잠 재우는 야심함이 또 밉다
돌고 도는 물줄기 시원으로 돌아가
다시 흐를 수는 없는가
한번만 더 다시 흐를 수는 없는가
미완의 보따리 남기고
징검다리 뚬벅뚬벅 바람 같은 이여
원래 있었던 것처럼 흔들리지 말라고
무겁게 누르는 허망의 돌자리에서
마지막이라고 말하고
또 마지막이라고 말하고
대답 없는 이름을 부른다
대답 없는 이름을 또 부른다.
진홍아, 징검다리 뚬벅뚬벅 바람같은 사람아~
아직 못 보낸 달맞이꽃 핀다. 진홍아
징검다리 건너간
불멸의 이모션 2019 신문예 사화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