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461

생각하는 나무를 심다

*생각하는 나무를 심다 - 심산 문덕수 선생님 추모합니다 박 영 대 겨울이 봄안에 풀어져 해달음치고 있는 7묘역 원고지칸에 생각하는 나무를 심다 모진 근간이 싹 튀고 꽃 피울 때 그 자리에 푯말 하나 세우는 거라고 울음이 커서 울지 못하고 먼저 보낸 이별이 넓어 건널 수 없는 떠밀려갈 것 같아 눈부라린 옹이도 戰場보다 더한 詩壇의 장수였다 울타리 넘어 탈피의 하얀 고백 이제 홀가분하다 차라리 기다리고 있었다 걸친 두루마기는 훨훨 펄럭이는 날개 무슨 염치로 가까운 이에게 무엇을 부탁한단 말가 무슨 할 말이 남아 비어있는 원고지 남은 칸을 다 채우겠는가. * 생각하는 나무 : 문덕수 시인의 시. 문인상 장례식에서 마지막으로 선생의 대표시로 이 시를 읽다

자작시 2020.03.21

함박눈에게 골프를 배우다

함박눈에게 골프를 배우다 박 영 대 추울수록 가벼운 함박눈 제 자리 찾아간다 굽은 가지 위에도 삼중 경사진 그린 위에도 솟아올랐다가 내리는 창공 함박눈으로 부드러운 안착 언 땅에 공은 튀어 올라도 모서리 감싸주는 LPGA 흰 치마 하얀 바람도 눈물도 어머니 품어 안은 아리랑 연습장에서 듣는 귀 박힌 말 함박눈에게 부드럽게 듣는다.

자작시 2020.03.19

눈 나무

눈 나무 박 영 대 유난히 겨울을 타시던 아버지 얼굴이 선할 때 어찌 그리 살집이 없으신지요 그날이 그날인 맨 살림 벌려 놓은 수심은 바람 앞에 맨맛한 잔가지 겅중겅중 긴 걸음 끝나가는 고샅길 휘젓는 세월은 허물어진 내 울타리 손 시린 문고리 잡고 코 묻은 시절 새삼스레 아버지가 그리운 것은 살 만큼 살게 된 위아래 다순 겨울 풍경에 남겨놓고 싶은 가족사진 속 아버지의 빈 집 찾아올 때 척척한 수건 이마에 두른 그 겨울 고목 눈 나무

자작시 2020.02.03

묵념

묵념 박 영 대 당신의 역사를 둥글게 접어서 비누방울에 고이 띄웁니다 막 내쉰 입김을 불어 넣어 눈 멀고 귀 막힌 황야에서 기억의 숲은 오늘 이렇게 푸릅니다 하늘과 땅이 마주하고 숨과 숨이 공중에 떠올라 가까와질 때 하늘이 눈을 뜨면 눈 감고 기다리던 감사의 목걸이 걸어주는 어린 나무들 자라거라 푸르거라 내려다 보니 다 보인다 어찌어찌 살려하지 마라 긴 나이가 필요 없다 헛 길 헤메다 이색 짐승을 만나고 때로는 가시에 찔려 넘어질 때도 무서우면 지는 생존의 법칙 하늘 아래 나무는 고개를 숙입니다

자작시 2020.02.02

오래된 골프

오래된 골프 박 영 대 쓰다가 버려둔 드라이버 벽장 속에서 백발 허옇다 초창기 쓰던 아이언 얼굴 주름 파인 상처 그대로다 옛사랑 뒤적이다가 멈춘 변하지 않은 아직도 그 길목 밤낮도 멀고 가까움 가리지 않던 청춘에 매달렸는지 그때 골프채 새로 바뀌고 잊혀져 가는 낡은 사랑 헌 장비로 불꽃 푸른 그때 그 자리 오래전 골프에 빠진다. 이달의 골프 시 오래된 골프 2019. 2월호 파골프 & 트레블

자작시 2020.0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