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념
박 영 대
당신의 역사를 둥글게 접어서
비누방울에 고이 띄웁니다
막 내쉰 입김을 불어 넣어
눈 멀고 귀 막힌 황야에서
기억의 숲은 오늘 이렇게 푸릅니다
하늘과 땅이 마주하고 숨과 숨이
공중에 떠올라 가까와질 때
하늘이 눈을 뜨면
눈 감고 기다리던
감사의 목걸이 걸어주는 어린 나무들
자라거라 푸르거라
내려다 보니 다 보인다
어찌어찌 살려하지 마라
긴 나이가 필요 없다
헛 길 헤메다 이색 짐승을 만나고
때로는 가시에 찔려 넘어질 때도
무서우면 지는 생존의 법칙
하늘 아래 나무는 고개를 숙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