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나무
박 영 대
유난히 겨울을 타시던
아버지 얼굴이 선할 때
어찌 그리 살집이 없으신지요
그날이 그날인 맨 살림 벌려 놓은 수심은
바람 앞에 맨맛한 잔가지
겅중겅중 긴 걸음 끝나가는 고샅길
휘젓는 세월은 허물어진 내 울타리
손 시린 문고리 잡고 코 묻은 시절
새삼스레 아버지가 그리운 것은
살 만큼 살게 된 위아래 다순 겨울
풍경에 남겨놓고 싶은 가족사진 속
아버지의 빈 집 찾아올 때
척척한 수건 이마에 두른 그 겨울 고목
눈 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