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틈새 / 박영대
바람에 말아먹는 저녁식사 중
하늘을 묻힌 구름이 생솔가지 먹성을 키운다
꼿꼿한 들판에 보란 듯이 땀 흘린 땡볕이
자고 나면 새로운 허물을 저만큼 불리고 있다
풀벌레 왕왕거리는 날개를 알겠다
출출하던 호박잎의 크게 벌린 허기
간장독 별빛 떠와 상추쌈 떠들고 오므려
노곤을 지낸 긴 오후의 빈속을 다독인다
그늘을 찾아 더위 틈으로
별을 그어 잇던 흔들다리 삼년 전 그때 틈으로
쇠기 전에 클 옥수수 무릎마디 끼워 넣고
상처까지 쉬 아무는 습습한 연습벌레들
지금은 엉성해도 덩굴처럼 한창 몸집 불릴 때
먹성도 거침도 품어 키우는 헤픈 치마폭
소식 그치고 참아온 왕래도 몸에 배어가는
한 자리에서 작심만 키운 초목성 시간 때우기
덥네덥네 해도 먹을 건 다 찾아 멕이고
짧네짧네 해도 치마가 짧은 여름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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