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끈한 국물이 좋다 / 박영대
떠돌이 어름잽이 숙명
수 삼 년 세월이 다래 덩쿨 칭칭 감고 있다
화전민 다람쥐를 조상으로 둔 영토의 파수꾼
흔들리는 가지 타기로 배운 생존법칙
잘 만났다 요놈
숨긴 야생이 날고기를 겨냥한다
포식자의 무음 설정된 발톱 단번에 구름판 차고 올라 바람을 낚아챈다 어디 쭉 뻗은 팔등신에게만 주어진 허리인가. 아득한 벼랑 터 삼아 낭창거리는 몸매는 차라리 슬픈 유산이었다 몸을 비틀어 뿜어올린 물줄기는 숲 속에 5일장을 풀어 놓는다 먼저 자리를 차지한 키 큰 기둥감들, 근동에서 모여든 난장의 텃세를 비집고 들이미는 엊저녁 다듬은 취나물 보따리, 쇠불알만한 감자 몇 알, 가시로 낚은 햇살 졸인 알밤 닷 되도 장날의 한 모퉁이에서 가용을 보탠다
되고 싶어 되느냐 장돌뱅이, 밀리면 배곯는다
너무 일찍 알아버린 서러운 찬 밥
노루와 뛰고, 멧돼지와 팔씨름, 애써 밤새우는 소쩍새 곡절
꿈에도 생각 없다 대들보 자리
평생 구름 한 점 연모하는 터알밭 지키는 고단한 바람끼
늘 잔챙이들 난장에서 한 바탕 터트리는 상투잽이
식은 밥 신세는 면해 쭈욱 뻗은 꼭데기 걸터앉아 뺏어 먹는 한 끼
윤기 흐르는 새 밥에 뜨끈한 국물이 시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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