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밑에서 감 떨어지기를.

아리박 2010. 11. 4. 06:38

밑에서 감 떨어지기를. / 박영대

 

 감나무 밑에서 감 떨어지기를 기다리기로

익은 감 따지 않고 내버려 두었더니

공중에 때깔 좋은 굴비가 둥실둥실 헤엄치고 다닌다

 

툭 투다닥.

어쩌다가 공중제비로 떨어지는데 받아 먹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설익은 놈은 맨 땅에 헤딩해서 상처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뼈가 부러지거나 깨지면 붙이면 되는데

이건 으스러지고 짓이겨져  아무르기엔 역부족이다

병원에서도 난치성 수술이다

 

익은 놈은 홍시가 되어서 벌레퉁이가 되어야 떨어지는데

낙하지점은 난장판이다

엄벅질 쳐진 홍시는 퍼질러 헥헥대다 드러난 마누라 아랫도리다

질질 덤턱스런 단물은 조심해서 핥아야한다

헤진 조각에서 잡티는 이리저리 헤치고 빨아 먹어야한다

감나무 밑에서 감 떨어지길 기다리면 이런 횡재는 있다

 

그러나,

감나무 밑에서 떨어지는 감을 기다려서 먹는다는 건 잘 모르고 하는 말이다

 

마누라 후릴 때처럼 기다리고 바쳐야하는 낭창낭창한 가을 하늘이 절대로 필요하다

 

급한 놈들은 작대기로 후려쳐서

설감 따먹는 놈이 태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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